23명의 그림책작가가 있는 마을…주민의 삶이 책이 되었어요 “주민이 즐거워하고 주인공이 되어 활동하는 마을” 연간 1만여명 다녀가…그림책 활용 체험프로그램 진행
그림책 작가가 23명이 있는 마을이 있다. 주민들의 이야기가 23권의 그림책으로 출간된 송정1리 특별한 마을에 다녀왔다. 부여에서 양화면으로 들어오다 보면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부여 서동요 역사관광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그림동화 속 같은 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 여러 그루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끌어안고 있는 느낌이다.
‘송정그림책마을’ 이정표가 눈에 띈다. 나무 아래 책을 읽고 있는 노인상은 정겨우면서 마을의 특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주민이 작가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그 이야기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읽어 주며 하나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는 특이한 사례다. 모든 이의 삶이 문학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보면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여러 가구의 집들이 모여있다. 맨 앞쪽에 ‘송정그림책마을찻집’이 보인다. 마을 안길 대나무숲을 지나 건물 뒤쪽으로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찻집에 들어섰다. 통창으로 이월의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왔고 시원스럽게 펼쳐진 논밭이 보였다. 바깥바람이 맵차게 불어 제법 쌀쌀한데 안은 안온했다.
이곳은 2015년 정부 공모 창조지역사업에 선정돼 찻집을 짓고 주민들이 각자의 사연을 직접 쓰고 그리는 과정을 거쳐 그림책으로 출간하면서 전시와 판매를 하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2021년 8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 문화복지 분야 동상 수상 현판은 물론이고 ‘자랑스러운 충남인상’, ‘2019 주민참여 혁신모델 인증패’ 등 다양한 표창장과 상장이 진열돼 있다.
또 송정마을 주민들이 작가로 세상에 나오기까지 도움을 준 이영경, 김병하, 김선재 작가의 취재 기록과 도움을 소개하는 전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찻집은 마을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공동으로 운영된다. 전국에서 연간 1만여 명 방문객이 찾아오는 데 주민들이 직접 쓴 그림책을 읽어 주며 서로 소통하는 그림책 활용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만든 미숫가루, 매실차, 모과차, 우엉차. 블루베리스무디 등 다양한 메뉴도 맛볼 수 있다.
그림책마을에 대해 소개해 준 이선정 사무장은 “도시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농촌이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사연을 알면 다르기 때문에 마을 이야기를 기반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마을사업은 많은데 주민 한 사람이 스스로 즐거워하고 주인공이 되어 활동하게 되면서 마을 주민 개개인의 삶이 따듯하게 바뀌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에서 마을마다의 고유성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지역은 소멸할 수 밖에 없다”며 “송정마을은 400년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송정그림책마을찻집도 그 일환의 하나로 이어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여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