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없다’ 예술인도 노력한 만큼 기량 인정 받아
11개 지회와 10개 협회, ‘소통’으로 상생 방안 찾겠다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달 28일 이영석(60) 충북예총 신임회장을 동양일보사 회의실에서 만났다.
선거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을 시간임에도 이 회장은 "투표에 참여했던 대의원을 비롯해 충북예총 전 회원이 이번 선거를 그저 지나가는 연례행사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나 되는 충북예총’을 기치로 내걸었던 만큼, 선거 여파로 인한 후유증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회장은 "우선 ‘소통’을 위해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음성의 품바축제, 충주 우륵문화제처럼 성과를 내는 지역에 반해 자체 예술제도 치르지 못하는 지회가 있다. 이에 각 지회·협회의 행사를 서로 알리고 참관하며 상생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공모사업 전담 직원을 둬 정보 습득과 행정에 미약한 회원들을 지원하고, 싱크탱크로서 충북예술발전연구소를 설립, 회원 권익 증진은 물론 네트워크와 디지털 플랫폼 구축, 국제 교류, 70년사 발간 등을 통한 정체성 확립 등 창조적 정책 추진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 회원의 뜻이 하나로 모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이 회장.
그의 좌우명은 ‘공짜는 없다’라고 했다. “삶의 문제에서뿐만이 아니라 예술 역시 공짜는 없어, 고민하고 땀 흘린 만큼 기량을 인정받게 돼 있다”는 것. 예술인 스스로의 노력과 합심이 우선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1965년 증평 출생으로, 청주대 음악과를 졸업하고 피아니스트이자 현재 청주시의원인 임은성(57)씨와 결혼, 1남 1녀를 뒀다. 딸은 피아노, 아들은 독일에서 지휘 공부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를 이은 음악가족이다. 음악교사로 재직하며 4녀 1남을 키워내고 당시 웬만한 가정에선 꿈도 못 꿀 바이올린을 6살 된 이 회장에게 사다 준 부친 대부터 이어져 온 가족내력이다.
자연스레 음악인이 된 듯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시립예술단 단무장 직에서 해촉당하기도 하고 지휘자 공모에 응했다가 수차 낙선하기도 했다. 자괴감으로 좌절에 빠져 있을 때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아내였다.
뒷바라지를 자처하며 러시아 유학을 권한 아내는 6개월 뒤, 운영하던 피아노학원 3곳과 아파트에 냉장고까지 돈이 될 만한 건 다 팔아 유학자금을 마련했다. 그리곤 당시 2살, 5살된 아이들을 데리고 이 회장이 있는 러시아로 날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을 같이 졸업했다.
그래서 그는 “어려웠을 때 아내의 결정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하면서도 “그 덕분에 지금도 집안 살림은 내 차지”라며 겸연쩍게 웃는다.
한 번 마음을 주면 끝까지 가는 성격으로 “50년지기 친구 9명이 함께하는 모임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사람 좀 사귀라며 사준 골프채를 거실 구석에 방치해 놓을 만큼 오로지 좋아하는 음악에만 열중했다”고 회상한다.
이제 예총회장이 됐으니 바뀌어야 한다는 고백이다.
그는 현재 2009년 창립한 라포르짜오페라단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어 라포르짜(La Forza)는 우리말로 ‘힘’을 뜻한다. 작은 힘들을 모아 긍정적인 큰 힘을 만들어 내자는 의미에서 명명했단다.
“지금까진 음악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연주자로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모든 예술인이 하나 되는 지휘를 해나가고자 한다”는 이 회장.
전 회원의 뜻을 모아 하나의 큰 힘으로 용솟음칠 충북예총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그의 열정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