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섭 효성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 김희섭 효성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오늘도 어김없이 요란한 구급차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리더니 응급실 앞에서 멈춘다. 잠시도 잠잠할 겨를이 없는 응급실에 또 하나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한 명의 젊은 남자가 의식 없이 실려왔다. 보기에도 아직 어려 보이는 젊은 22세 남자로 체육대학 3학년이며 복싱선수라고 했다. 훈련차 지방에 내려와 경기를 하고 링 밖으로 나오자마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황이었다. 그 후 의식과 호흡이 없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까지 하고 이송되었다고 했다.
아직 앳된 모습에 더욱 염려가 되어 마음이 급해졌다. 의식이 없었으므로 즉시 기관삽관을 시행하고 컴퓨터 단층촬영(CT)를 시행하였다, CT 결과, 뇌부종과 뇌지주막하출혈, 경막하출혈과 두개골 골절까지 확인되었다. 사고 발생 초기 의식소실과 호흡곤란이 있었기 때문에 저산소성 뇌손상을 염두에 두고 집중치료에 들어갔다.
우리 몸이 부딪치거나 충격을 받아 다치면 멍이 들고 부어 오르듯이 머리를 다쳐도 뇌에 멍이 들고 붓는 뇌부종이 발생한다. 뇌부종이 생기면, 머리 속 즉, 두개강 안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뇌가 높은 압력에 눌리게 되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가 있다. 그리하여 중증 뇌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뇌의 대사활동을 느리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저체온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행히 병원에서 기기가 가동되고 있어 저체온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제체온 치료 후 하루가 조금 더 지나고 환자의 의식이 돌아왔다. 차츰 호흡도 안정되어 인공호흡기와 기관삽관도 제거하였다. 현재는 가족들도 알아보고 운동 기능도 조금씩 회복되는 상태다. 지방에서 멀리 한걸음에 달려온 가족들은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 하였지만 조금은 안도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위의 이야기는 얼마 전 병원에서 치료중인 환자의 사례이며, 외상성 뇌출혈의 위험성을 알 수 있는 증례가 될 수 있어 소개를 하였다.
외상성 뇌출혈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뇌 내 출혈을 말한다. 이는 사고, 낙상, 폭력 등으로 인해 두개골 내부의 혈관이 손상되며 생기며, 뇌손상의 심각성과 치료 시기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외상성 뇌출혈은 경막외출혈, 경막하출혈, 뇌내출혈로 나눈다. 경막외출혈은 두개골과 경막 사이에 출혈이 발생하며,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악화될 위험이 있다. 경막하출혈은 경막 아래 정맥 손상으로 발생하며, 고령층에서 낙상으로 인해 자주 발생할 수 있고, 충격을 받은 머리의 반대편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뇌내출혈은 뇌 조직 내에서 직접 출혈이 생기는 것으로, 충격의 강도와 위치에 따라 심각성이 달라진다.
공통적인 증상으로는 두통, 구토, 의식 저하, 사지 마비 등이 있으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외상성 뇌출혈의 치료는 출혈의 양과 뇌 부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경미한 경우 약물치료와 경과 관찰로 관리할 수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즉각적인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수술 이후에는 환자의 기능 회복을 위한 체계적인 재활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위의 사례에서 보듯, 초기 치료와 재활 과정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생존율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위에서 소개한 인공뇌사치료라고도 하는 저체온치료는, 혼수치료라고도 하며, 사람의 체온을 내려 몸안의 장기가 저산소 상태 또는 혈액의 흐름 차단에 견딜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여러 장기 중 특별히 뇌는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거나, 갑자기 다량의 혈액이 흐르게 되면 손상되는데 초기에 뇌의 대사활동을 낮추어 염증반응과 외상에 대한 반응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외상성 뇌출혈은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상황이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의료진의 신속한 대응 및 환자 중심의 재활 치료가 중요하다. 모두가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예방 및 대응에 힘쓴다면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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