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역대급 고용 한파를 겪고 있다.
일자리를 잃었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집에서 그냥 쉬는 ‘청년 백수’들이 지난달 120만명에 달했다.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 특별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셈이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청년 가운데서도 4명 중 1명은 근로 시간이 짧은 ‘단기근로자’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중 실업자는 26만9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26만4000명)과 비교하면 1년 새 5000명(2.0%)이 늘었다.
2월 기준 청년 실업자는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41만6000명에서 2022년 29만5000명, 2023년 29만1000명, 2024년 26만4000명으로 3년 연속 감소하다가 올해 4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청년층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42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5000명 증가했다.
이 중 별다른 활동 없이 ‘그냥 쉬는’ 청년은 50만4000명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준비자' 또한 43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정규교육 기관 외에 취업을 위한 학원 또는 기관에 다니는 청년이 11만8000명, 그 외 취업 준비 청년이 31만6000명이었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거나, 비경제활동 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인 청년의 수를 모두 더하면 120만7000명이었다.
지난해(113만4000명)와 비교하면 1년 새 7만명 넘게 늘었다.
경제 성장이 둔화와 내수 부진, 제조업·건설업 불황, 기업들의 경력직·중고 신입 선호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백수’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 현장에선 여전히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고학력 청년층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지난해 하반기 부족 인원 47만7000명, 적극적 구인에도 채용되지 않은 인원인 미충원 인원은 10만7000명에 달할 정도로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고용부가 실시한 청년층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임금·복지 수준에 만족하면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관심갖고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도록 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 차원에서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실질임금 증대를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개선뿐만 아니라 고용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저출산 문제와도 직결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이미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되살리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5.03.16 15:06
- 수정 2025.03.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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