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지난해 9월 청주 남주동의 한 여관의 화재로 여관에 묵고 있던 일용직 노동자 3명이 사망하였다. 범인은 해당 여관에 장기 투숙하다 투숙비를 안내서 쫓겨났다고 격분해서 불을 질렀다고 했다. 도로에서 차를 운행하다 시비가 붙자 야구방망이로 차를 부수며 위협을 가하는 일도 있었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 폭행사건도 빈발하다. 요즈음 사람들이 점점 자제와 절제를 감수할 줄 모른다. 툭하면 홧김에 사고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왜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욱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전문가들은 ‘욱’하는 생활형 분노가 우리 사회에 가득 차 인격장애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라와 사회가 불안할수록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최근 5년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진료 받은 사람이 906만 명을 넘었다고 국민건겅관리보험공단에서 밝혔다. 인격장애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장애를 일으키게 되는 성격이상으로 지나친 의심, 냉담, 공격성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남을 말한다. 끊임없이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매사를 의심하고, 법과 윤리를 어기는 행동을 서슴치 않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격과 행동장애가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 해 우발적인 이유로 폭행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5만여 명, 상해범죄를 일으킨 사람도 5만여 명이나 된다고 경찰청통계에서 밝히고 있다. 이웃 간의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심리적 거리는 멀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생활형 분노가 감정충동조절과 온건한 대화에 익숙지 못한 우리나라의 문화 때문에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주변에 ‘걸어 다니는 폭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주 작은 계기라도 있으면 바로 폭발해버리겠다는 심리, 건드리기만 해 봐 터져버릴 거야라는 심리가 팽배한다는 얘기다. 이 폭발이 학교에서 일어나면 학교 폭력, 가정에서 일어나면 가정 폭력, 사회에서 일어나면 범죄이다. 화는 몸과 마음을 망친다. 이제 생각을 바꾸어 보자. 욱하는 성격을 고치는 첫 번째 단계는 인지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이기고 지는 문제로 보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되, 그것이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여야 한다. 화가 날 때 이 상황이 내 건강과 삶을 바꿀 만큼 중요한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 화를 내는 것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방법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생각해보자. 구체적인 감정 조절 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도 자꾸 화가 날 때는 우선 그 상황을 피해보자. 상황이 감당하기 어려워질 때는 잠시 자리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 번 만 심호흡을 하고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주문을 외운다.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정기적인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필요하다면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자기감정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지혜를 가르쳐야 했었다. 둘만 낳아 오냐오냐 기를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다. 식당에서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아이 제재하면 당신이 왜 우리아기 기죽이냐며 달려들었고,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하였던 그 대가를 당연히 치러야할 때가 된 것 아닐까? 분노 조절은 나와 남을 보호하는 생존 기술이다. 누구든지 분노할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시간 동안에,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방법으로 분노하는 것은 아무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과도한 분노는 결국 자기를 파멸로 이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심각성을 각성하고 사회분위기를 혁신 할 때가 되었다. 해법은 단순하다. 좋은 차, 좋은 집, 높은 지위가 성공임을 믿고 무작정 달려갈게 아니라 가치관을 바꿔야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주관적인 삶을 살면서 인생의 목표 방향설정을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 행복한 참살이를 위해서 분노조절 능력을 길러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