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실형 확정으로 조합장 자격이 상실돼 재선거가 치러지는 충남 논산 연무농협 조합장 선거가 막판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재선거는 지난 2023년 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됐던 A조합장이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농업협동조합법상 임원 결격사유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됨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
20일 연무농협 등에 따르면 자신의 귀책으로 열리는 재선거에 다시 출마한 A후보(전조합장)가 최근 허위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문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A후보는 지난 16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2년 전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후보 자격에 대해 B전 조합장이 주재한 이사회에서 통과돼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후보가 주장한 후보 자격 이사회 통과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합장이었던 B전 조합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당시 이사회는 열리지도 않았고 이사회 안건으로 다룰 사안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를 열기 위해서는 의장인 조합장이 소집해야 하나 B전 조합장은 이사회를 소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A후보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C후보 측은 B전 조합장의 사실확인서를 근거로, 논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18일 A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선관위 측은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한 허위 사실 유포행위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므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불법이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농협조합장 선거는 후보들 간의 자존심 경쟁이 유달리 강하기 때문에 ‘과열’ 양상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선거가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에 대한 ‘묻지마 지지’성격이 강한 반면에 조합장 선거는 ‘내편 네편 우열 가르기’ 성격이 짙다. 지역성이 너무 강하기에 혈연·지연, 친분관계 여부가 선거영향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 그러기에 내 편을 확실한 내편으로 붙잡아두기 위해서, 특히 ‘네 편’을 ‘내편’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불법적인 선거 방식이 있을 수밖에 없는 선거구도다. 공명선거정착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감시가 촘촘하지만 ‘무슨 수를 쓰더라도 상대방을 누르고 당선되고 싶은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편법 선거의 유혹을 떨칠 수가 없다.
공명선거가 될 수 없는 또 다른 원인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후보자가 당선되더라도 상당기간 조합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보듯 선거법을 위반했다하더라도 대법원 확정판결 이전까지는 상당기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또 ‘솜방이 처벌을 받으면’ 자격유지도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1심부터 항소심, 대법원 판결까지 갈 것이 아니라 ‘원 스트라이크 아웃’과 같은 단심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당선 무효가 확정돼 재선거가 실시될 경우 재선거에 따른 비용일체를 부담토록 강제하는 것이 요구된다.
조합장 당선자들은 금품살포와 허위사실 유포 같은 중형에 해당되는 혐의를 받더라도 일단 당선이 되면 일정기간 동안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게 된다. 자신을 도와준 조합 내 임직원에 대한 보은인사가 가능하다. 또 밀어주기 사업과 예산편성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 대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능력 있는 이가 조합장이 되고 지역도 발전될 수 있다.
조합장 선거는 유권자인 조합원 수가 수천명에 불과하고 후보자와 각종 인연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불법 선거 근절이 쉽지 않다.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의지는 물론이고 조합원의 확고한 주인 의식이 중요하다. 선거 후 불법.부정선거 논란과 함께 사법처리가 이어지면서 지역사회가 극심한 홍역을 앓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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