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대원 등이 목숨을 잃는 등 큰 피해를 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21일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졌다.
산청군에서 지난 21일 시작된 산불로 진화하던 4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또 인근 주민 461명이 동의보감촌 등으로 대피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헬기 31대, 인력 2243명, 진화차량 217대를 투입해 불길 잡기에 나섰다.
산림당국은 지난 21일 오후 3시 28분께 산불이 발생한 뒤 3시간 만인 오후 6시 40분께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가 발령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불은 화재 현장 인근 농장에서 잡초 제거를 위해 예초기를 사용하던 중 불씨가 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난 산불이 23일까지 확산하면서 인접한 안동에서도 주민 52명이 안동 도심에 위치한 안동체육관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 중인 고령환자 337명도 대피했다.
정부는 총력 대응을 위해 경남과 경북·울산시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산림청은 22일 하루 전국에서 3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하자 충청·영남·호남지역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하지만 강풍으로 인해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야산에서 지난 22일 오후 4시 9분께 불이나 28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임야 900㎡가 탔다. 산림 당국은 정확환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 조천리의 한 야산에서도 23일 오전 11시 55분께 불이 났다.
앞서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시 두학동 산과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리 산 일원에서 불이 발생해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산불 원인 상당수가 입산자 부주의 등 실화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은 부주의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피해를 키우는 양상이다. 농사철을 맞아 논둑 등 소각 행위도 자칫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2023년 4월 홍성 등 충청지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공주 우성면 내산리에서 최근 세 차례 반복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방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산림당국은 당초 담뱃불에 의한 실화를 원인으로 추정했지만 낙엽을 모아 태운 흔적이 발견되면서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발생한 피해면적 100ha 이상 대형 산불 32건 중 85%가 3~5월 봄철에 집중됐다. 산불 원인은 담뱃불 등 입산자 실화(32.9%), 쓰레기와 논·밭두렁 소각(24.7%) 등 절반 이상이 사람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각심을 갖고 조심만 해도 산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작은 불씨에서 시작됐더라도 일단 불이 번지면 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다 해도 진화가 어렵고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뒤 따른다.
지자체와 소방 당국은 임야 주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등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야 한다. 등산객이나 주민들은 사소한 부주의가 산불로 확산할 위험이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작은 불씨라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5.03.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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