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청주기상지청장
‘봄바람 휘날리면~ 흩날리는 벚꽃 잎이~‘ 여기저기에서 벚꽃엔딩 노래가 들려오고 꽃들이 개화하기 시작하면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많은 꽃 중에서도 벚꽃은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개화하며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벚꽃의 개화 시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온과 일조량이다. 밤낮의 길이는 일정하게 변하기 때문에 벚꽃 개화는 기온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3월 30년 평균 기온(기후평년값)을 살펴보면 1991 ~ 2020년은 1981 ~ 2010년보다 0.4도 높다. 지구온난화로 인go 기온이 상승하고 있고 이러한 이유로 점차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기준으로 벚꽃이 주로 4월 초중순에 개화했지만 최근에는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앞당겨지고 있다. 작년 창원의 벚꽃 개화일은 3월 23일로 평년값인 3월 29일보다 6일 빨랐고 대전은 평년값인 4월 4일보다 5일 빠른 3월 30일에 개화했다. 기온 상승을 비롯한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개화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지만 개화시기를 예측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기온의 변동 폭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벚꽃은 2~3월의 날씨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2월에 한파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 늦게 필 수도 있고 3월 기온이 너무 따뜻하면 예상보다 빨리 필 수도 있다.
벚꽃 개화 시기의 변화는 생태계와 우리 생활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생태계 측면에서는 벚꽃을 찾는 곤충, 새, 동물들의 활동 시기에도 영향을 받아 생태계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벚꽃 개화 시기의 변화는 우리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 서울 여의도 벚꽃 축제와 같은 행사를 주최하는 지자체에서는 최근 들어 벚꽃 개화 시기와 축제 일정이 맞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아졌다. 관광객 유치는 지역 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상재해와 벚꽃 개화시기 변화로 우리는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다가오는 기후변동성으로부터 생태계와 우리 생활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함께 현명하게 적응해 나갈 지혜가 필요하다. 개인 차원에서도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나무 심기 등 작은 실천이 모이면 기후변동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벚꽃 개화 시기의 변화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실천과 노력이 필요하다. 벚꽃이 제때 아름답게 피어나고 후손들도 지금과 같은 봄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에서 매년 봄꽃(벚꽃, 철쭉) 16개 지점 군락지의 개화 현황을 제공하고 있다. 개화 시기는 변화하고 있지만 개화 현황을 참고하여 짧은 순간이지만 만개한 벚꽃을 보며 완연한 봄을 느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