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 병무청 차장
마라톤 경주에서 '페이스메이커'는 단순한 속도 조절자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존재다.
경기 내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앞장서 달리고, 때로는 후발 주자들을 격려하며 완주를 돕는 역할을 한다.
페이스메이커의 헌신이 없었다면 많은 선수들이 목표 지점을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기안84'가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과정은 페이스메이커의 중요성을 감명 깊게 보여줬다.
그는 시각장애인 할아버지와 페이스메이커가 끈으로 같이 묶고 뛰는 모습을 보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뜻깊고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다른 사례로, 남자 마라톤에서 불가능으로 여겨지는 2시간의 벽을 깨기 위한 ‘엘리우드 킵초게’의 챌린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이때 41명의 페이스메이커가 팀을 이루어 교대로 그의 속도를 맞추며 돕는다.
전략적으로 앞뒤를 감싸며 공기 저항을 줄이는 V자 대형을 만들어 1시간 59분 40초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개인의 실력뿐 아니라 페이스메이커의 헌신이 함께 만들어낸 기적이라는 점에서 큰 감동을 줬다.
그러나 페이스메이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한다. 주인공은 기록을 내는 마라토너이기 때문이지만 '페이스메이커'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수많은 마라토너들이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지 못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병무청에서도 병역의무 이행과정에서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등 병역이행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을 돕고자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온 제도이며, 청년들이 공정하고 원활하게 병역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제도는 모집병 지원 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병역처분변경원 출원자의 병무용진단서 발급비용을 지원하며, 현역병 입영 희망시기를 최대한 반영해주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산업기능요원 선발 시 배려대상자를 우선 배정하고, 대체역 소집시기를 반영해주도록 정책을 확대하여 8개 분야에서 연간 4000여명의 청년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공정’의 가치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공정은 단순한 형식적 평등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형평성을 고려한 지원이 병행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출발선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추가적인 지원과 배려는 필수적이며,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가 완주를 돕듯이 ‘배려대상자 지원제도’는 병역제도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병무청은 이러한 지원제도를 통해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병역이 장애물이 아닌 기회로 인식될 수 있도록 '든든한 페이스메이커'로서 함께 달릴 것이며, 이를 통해 청년들이 병역의무의 부담을 덜고 보다 책임감 있게 병역을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