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 교수

▲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 교수

얼마 전, 정년퇴임식에서의 은사님 말씀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세상에서 양심과 염치가 사라졌다. ‘양심(良心)’과 ‘염치(廉恥)’를 모르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는 은사님의 한 말씀이 필자로 하여금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양심(良心)’과 ‘염치(廉恥)’ 이 두 개념은 단순한 도덕적 덕목을 넘어,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인간됨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양심은 한자로 ‘좋은 마음(良心)’이라는 뜻으로, 개인의 도덕적 판단력과 내면의 윤리적 기준을 의미하며, 옳은 길을 가려내는 정신적 나침반과도 같다. 그리고 염치는 ‘청렴할 염(廉)’과 ‘부끄러울 치(恥)’가 결합된 개념으로, 쉽게 말해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이다. 즉, 어떤 행동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거나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능력이다. ‘양심’과 ‘염치’ 이 두 덕목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다. 염치는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며, 양심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추는 등대다. 타인의 권리와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로 양심을 지키고, 염치를 지키는 것은 결코 개인의 이익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다. 양심과 염치가 살아 있는 사회는 오히려 사회적 연대감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양심적’이라는 말이 때때로 비현실적인 이상으로 취급되고, ‘염치’라는 단어가 낯설게 들리는 요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더 많은 부와, 권력의 상승을 위해서 양심과 염치를 외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많아졌다. 이러한 모습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인성보다는 나만 잘되면 된다는 경쟁의식만 강화시켜, 정직과 공생의 가치를 가르치는 일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인터넷 알고리즘을 악용한 사이버레커(Cyber Wrecker)들에 편승해 공익보다는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면서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정치인들은 양심과 염치가 실종된 대표적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도층인 정치인들이 먼저 양심과 염치를 갖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이 양심과 염치를 잃는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더욱 표면화된, 양심을 저버린 정치적 거래와 타협들과 정치적 이익에 치우쳐 조작하는 여론, 정책이 아닌 정략적 계산에 의한 정치적 행동 등은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국가의 미래에 큰 위협이 된다.
양심 없는 정치인들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때로는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내려, 결국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 정치인들이 자신이 속한 정치적 세력이나 이해관계를 넘어, 국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양심을 가지고 행동할 때, 비로소 정치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작동할 수 있다. 또한, 염치가 없는 정치인들은 부패와 비리가 만연할 수 있으며, 자신이 맡은 직책을 남용하거나, 사적 이익을 추구하여 결국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고,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정치인들이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염치의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을 이끌 정치인들의 선택과 행동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 정치인들이 양심과 염치를 기본적인 덕목으로 갖춘다면, 그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정치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반대로, 양심과 염치를 저버린 정치인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행동이 국민과 국가에 미칠 영향을 깊이 고민하여, 공직자로서 염치와 양심을 바탕으로 '공익'을 우선시하면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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