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정 시인, 시조집 『루트 안의 이층집』 출간

 

십삼 년 받지 못한

하멜의 임금을 청구합니다

 

아름답던 큰 배는

난파선으로 변하고

 

이십 대 꿈 많던 그는

사십 대가 되었습니다

 

사십 년 받지 못한

시인의 임금을 청구합니다

 

곱슬곱슬 검던 머리는

파뿌리로 변하고

 

이십 대 젊은 꿈은

나이를 먹어 갑니다

 

서기관으로 표류기를 쓴

하멜에게 동인도회사는

 

변호인으로 삶의 애환을 쓴

시인에게 독자 여러분은

 

임금과 살만한 세상을

각각 지급해 주세요

 

하멜과 시인의 임금 청구서 전문

 

진혜정 시인
진혜정 시인

 

진혜정 시인의 시조집 루트 안의 이층집이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조집은 1부 오소서 허기진 그리움, 우리들의 만찬으로 2풀잎에 닿았니 바람에 도착했니 3부 그날의 빗소리까지 꽃으로 피고 있다 4부 생각들은 때때로 너무 쉽게 증발한다로 구성됐다.

김복근 평론가는 진혜정의 시조는 날것 그대로의 싱싱한 삶의 서사를 통해 중요한 가치와 메시지를 시사한다. 시조에 나타난 그의 삶에 대한 서사는 자신에게 찾아온 어떤 상황을 자신의 체험과 진솔한 삶의 의미를 알레고리로 드러낸다. 서사가 있는 시조는 청자의 눈길을 끌게 하고, 이를 통해 화자는 자신의 경험을 숙성하여 발효한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안쪽에 있던 자리를 내주고, 하늘나리꽃 같은 당신이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고 한다. 코피가 터져 꽃물 뚝뚝 흘리며, 냉정한 상대를 보면서 자신의 열정을 태운다. 솔바람 같은 그대는 과녁처럼 멀리 있지만, 자신이 체감한 그리움과 자연스럽게 융합하여 자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게 하는 묘한 마력을 보여준다.”고 소개한다.

진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누가 문을 두드릴까// 그 문 너머/ 오래된 그리움을 정복하고 싶다 // 어느 직전까지/ 기다리고 싶을 때가 있다라고 적고 있다.

진혜정 시인은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여고, 진주교육대학, 인제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조집으로 돈키호테가 머무는 여관』 『루트 안의 이층집이 있다.

현재 진주시조, 가야여성문학회, 김해문협, 경남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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