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변호사

▲ 박재성 변호사

요즘 들어 상가 임대차계약에 대한 상담 의뢰가 많아졌다. 그 전에도 임차보증금이나 권리금에 대한 상담은 있었으나 최근에는 장기간의 경기 악화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여 임차인이 폐업을 하거나 월세가 좀 더 저렴한 곳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순순히 돌려주지 않거나,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는 임차인이 주선한 새로운 임차인과 이유없이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부하면서 월세는 계속 받으려는 임대인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모든 임대인이 이와 같다는 것은 아니고, 임차인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려는 착한 임대인들도 많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상담을 하면서 임차인 또는 임대인이 사전에 챙기지 않은 작은 실수가 그들에게 큰 손해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되어 이번 기회에 상가 임차인과 임대인을 위해서 조금만 주의하면 실책하지 않는 몇 가지 법률지식을 말씀드리려고 한다.

먼저, 임대차기간과 관련해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에서는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보지만 임차인은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임차인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상가임대차계약을 보면 맨 처음에는 보통 2년의 기간을 정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구두로 기간을 연장하거나 묵시의 갱신(= 자동연장)을 통해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임대차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아 묵시의 갱신이 이루어진 경우에 임차인은 '다시 1년 동안 원하지 않는 임대차계약의 구속을 받아야 하는가'인데, 정답은 '아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5항에서는 「이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임차인은 하루라도 빨리 내용증명이나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가능하면 상대방이 그 내용을 읽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카카오톡을 추천)로 임대인에게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보내고, 그와 같은 의사표시가 임대인에게 도달했다는 사실을 반드시 증거로 남겨놓아야 한다. 어떤 의뢰인은 임대인에게 해지통고 전화를 하였다는 통화목록이 있다며 안심하기도 하는데, 통화목록만으로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알 수 없기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참고로 대법원은 전화통화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기에(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도1900 판결) 그 녹음내용은 향후 재판과정에서 적법하게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통고된 시점부터 3개월이 지나면 임대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대차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되어 종료되고, 이때부터 임차인은 월세를 지급할 의무도 없다. 단, 그곳에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만.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상가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이 해지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가를 사용하지 않고 점유만 하고 있는 경우라면 상가를 반환하기까지 발생한 '관리비'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으니(대법원 2021. 4. 1. 선고, 2020다286102·286119 판결) 혹시라도 위와 같은 경우에 임대인이 관리비 부담을 요구한다면 위 판결을 꼭 인용하시기 바란다.

끝으로 만약 임대인이 갱신 거절의 통지나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았고 임차인도 잠잠하던 중 뒤늦게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하루 전에 "저 나갈래요"라고 말한다면 계약은 갱신되지 않을까? 정답은 '그렇다'.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임차인이 그런 의사를 표시했다면 임대차계약은 더 이상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시점에 종료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4. 6. 27.선고 2023다307024 판결). 따라서 임대인은 묵시적 갱신이 되도록 홀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내지 1개월 사이에 임차인과 계약종료 여부를 분명히 하여 합의된 내용을 '갱신계약서' 형태로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분쟁예방과 자신의 권리보호를 위해 유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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