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언 기상청장

추운 겨울이 지나간 뒤에 찾아오는 따뜻한 봄은 많은 사람에게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꼽힌다. 봄이 되면 따사로운 봄볕이 겨우내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이고, 연둣빛 새싹, 향기로운 꽃내음은 거리에 활기를 더하며 우리의 마음속에 희망을 안겨 준다. 생명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봄은 기상학적으로 3~5월로 정의되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봄은 너무도 짧게 스쳐 지나간다.
찰나와 같은 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야외로 나가 저마다의 추억을 쌓는데, 따스한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봄에는 주의해야 할 복병이 숨어있다. 바로 산불이다. 우리나라에는 연평균 약 500건의 산불이 발생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봄철에 집중된다. 최근 전례 없는 큰 피해를 남긴 경상북도 의성군과 경상남도 산청군의 대규모 산불 역시 3월에 일어났다. 그렇다면 봄철에 유독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봄이 되면 일사량이 증가하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수분의 증발량은 늘어나는데, 강수량은 여름철과 겨울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공기가 건조해진다. 그리고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의 교체가 자주 일어나며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 많아진다. 이렇게 봄철 특유의 건조한 공기와 강풍은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과 빠르게 확산할 위험을 높인다.
기상청에서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때 건조특보를 발표하여, 봄철 산불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건조특보는 실효습도에 따라 건조주의보와 건조경보로 나뉘며, 여기서 실효습도란 상대습도와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치이다. 실효습도가 낮을수록 나뭇잎과 같은 산불의 연료가 되는 물질이 불에 타기 쉬운 상태를 뜻한다. 또한 기상청은 산불 위험지수와 기상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산림청과 소방청,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공유하여 각 기관이 미리 적절한 예방조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국민에게 산불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홍보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대중 매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활용하여 건조특보가 발령된 지역에서는 불씨 관리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하고, 논이나 밭두렁 태우기, 담배꽁초 투기와 같은 불씨 유발 행위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다양한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발생하였을 시에는, 산불업무 담당자에게 산불 진화를 도울 수 있는 산불 단계별 기상정보 등 산불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얼마 전 영남 지역을 화마로 뒤덮은 대형 산불 현장에 기상관측차량과 예보관을 파견하였던 것과 같이, 산불의 규모가 커지면 기상관측차량을 통해 산불 발생 지역의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여 산불 진화에 일조하고 있다.
산불은 소중한 산림은 물론이고 국민의 평온한 일상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재해이며, 그러한 산불을 예방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터전을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에 기상청은 첨단 기상 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 예보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요즘처럼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큰 봄철에는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불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불길은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다."라는 한 소설의 구절처럼 산불 방재에 ‘완벽’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선’은 있을 수 있다. 기상청을 포함한 관계기관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안전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며, 기상청은 앞으로도 더욱 정밀한 기상 예보와 효과적인 산불 방재 지원으로 안전한 봄철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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