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해도 내가”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들 보듬어 주길
원하지 않는 ‘꼬리표’ 단 사람들에 ‘멍에’ 말고 ‘애정’을
아이에겐 부모가 하늘, 한명이라도 엄마 품에서 자라게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둘이었는데 혼자가 됐거나 혼자였는데 여전히 혼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둡고 힘들다. 이혼, 사별, 미혼, 조손, 배우자 유기, 한부모... 이런 꼬리표를 원해서 다는 사람은 없다. 대개는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출발선에 섰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멍에를 짊어진 현실과 맞닥뜨리진 않았을지.
청주 해오름마을(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163)은 ‘한부모에게 희망을, 아이에게 행복을’이라는 슬로건으로, 18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족에게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주거와 양육을 지원하는, 청주시 위탁 ‘모자(母子) 생활지원시설’이다. 2011년 개원해 현재 21세대 56명이 모여 살고 있다.
이곳에서 12년째 입소주민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배성희(60) 원장을 만났다. 복지 분야 입문 35년이다.
1965년 청주 농촌동(현. 서원구 성화동) 출신인 배 원장은 어려서부터 마을 교회에 다니며 ‘좋은 이웃으로 살라’는 가르침을 새겼고 농번기 부모 손길이 부족한 시골아이들을 나서서 돌보며 자랐다.
충북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이른 결혼으로 인한 출산 후 진로를 고민하다 ‘보육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청주대 야간대학원에 다니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고, 30대 초반부터 14년간 ‘자신만의 철학’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다양한 복지정책을 두루 섭렵, 축적된 노하우를 현장에 녹여냈다.
공부도 멈추지 않았다. 50세의 나이에 충북대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문학박사(아동심리치료 전공)를 취득하고 2013년 해오름마을 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현재 한국한부모가족복지협회장,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는 배 원장.
시어머니다. 시어머니가 다름 아닌 ‘남편(시아버지)의 유기’로 인한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라는 사실에 ‘나의 길은 하늘이 내려준 길’이라는 신념이 더욱 뚜렷해졌고, 별세 전 함께한 25년의 세월을 묵묵히 응원해 준 남편 이승원(67)씨와 ‘엄마의 길’을 존중해 준 2녀 1남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얼핏 다부진 표정을 짓는 배 원장은 “(입소주민 중)교통사고로 뇌경색 장애를 갖게 된 40대 치매 엄마는 자녀를 돌볼 수 없기에 엄마는 요양원으로, 아이는 시설로 보내기도 했다”며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에게 부모는 하늘이고 세상 그 자체인데, 엄마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게 지원하고 한 명이라도 엄마 품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의 임무고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양부모 가족이 정상’이라는 고정관념은 ‘한부모 가정은 흠결’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보편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런 인식은 가뜩이나 원하지 않는 외압에 의해 한부모가 된 사람들을 평생 죄의식 속으로 몰아 넣기도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친자식을 버리고 유기하는 ‘멀쩡한’ 엄마도 부지기순데 부족하나마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려는 것만으로도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며 “도리를 다하려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사회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럼에도 그는 “해오름마을이 운영이 잘되는 시설이어선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해오름마을 가족들이 안정되게 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실은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없는 사회, 그래서 이런 시설이 필요 없는 밝은 사회가 되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는 얘기다.
배 원장처럼 ‘도울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보면 그런 세상이 오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