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증평군수

▲ 이재영 증평군수

세계 문화유산을 선정하고 보존하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전문기구로 유네스코의 대표적 일은 역시 세계유산 지정이다. 세계유산은 유형별로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이 있고 카테고리를 달리해 기록유산과 무형유산으로 분류 지정하고 있다.
이 중 세계기록유산(世界記錄遺産, Memory of the World)은 인류 대대손손 길이길이 보전할 만한 기록물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우리나라는 세계기록'유산'이라고 번역해 문화유산처럼 이해되지만, 유네스코에서 사용하는 원문은 ‘Memory of the World’이다. ‘세상의 기억’ 정도로 번역되는데, 유산을 의미하는 heritage가 아니라 memory라면 아마도 기록유산에 대한 집단적 기억상실을 보호하기 위한 주도적인 조치가 아닐까 싶다.
유네스코에서 인정하는 기록유산은 세계적 중요성과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그 핵심이 된다. 기록물의 내용보다는 기록물 그 자체에 초점을 두기에 사실을 당시의 기록으로 전해와야 하고, 나중에 다시 기록한 것은 왜곡되거나 각색되기에 기록유산에서는 완벽한 현상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동의보감, 난중일기, 승정원일기 등의 기록물이 등재돼 있다. 이러한 반열에 이제는 증평지역의 산림녹화기록이 당당하게 자리하게 된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
문화적 가치를 진실하고 신뢰할 만하게 표현하고, 완전성이 있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당시 증평지역 주민들께서 얼마나 탁월하게 그리고 기록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정성을 다해 추진한 사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등재된 산림녹화기록물은 1970년대 산림녹화와 관련된 사진과 필름, 기록물 등이 6.25 전쟁 이후 황폐해진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함께 추진한 산림녹화사업의 전 과정을 담은 자료로, 법령, 공문서, 사진, 필름 등 모두 9619건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증평지역 남부5개리(남하리, 남차리, 덕상리, 율리, 죽리)의 주민산림계에서 기록된 문서들은 민간 주도의 산림녹화 관련 기록으로는 가장 체계적으로 당시의 사실을 기록한 문서로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하니 당시의 산림계 주민들과 후대들이 기록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증평의 산림녹화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지역주민들이 주도해 가꾼 일들이 세계적 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으로 단순한 기록유산을 넘어 지역의 우수성이 증명된 쾌거로, 증평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 정서적으로 대단한 기운과 기세 그리고 잠재력이 있는 위대한 지역임을 증명해 냈다는 의미가 있다.
이미 1955년부터 민간 주도로 증평군을 만들고자 끈질기게 노력하여 군으로 독립을 이뤄냈으며, 1970년대에는 농업을 협업체제로 경영하는 협업농장이 운영되었으며, 1945년 무렵에는 일제 신사를 불태우고 그 자리에 민족정기를 선양하기 위한 단군전을 건립하였는데 이 단군전은 전국에 33개소, 충북에는 3곳에만 존재하고 있다. 기자조선(箕子朝鮮)을 건국한 기자를 기리는 사당인 기성전도 전국에서는 증평이 유일하다.
면이었고 읍이었던 시절부터 증평은 아주 독특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주민들이 주도해 추진했던 대단한 지역이었다. 이제 증평도 당당하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한 지역으로서 정통성과 전통성을 이어받아 더 많은 자원과 자료들을 정리하고 찾아내어 체계화하고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선대들의 문화자원이 시대를 넘어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재영 증평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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