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시인

▲ 박용진 시인

불안(不安)의 감정은 수시로 출몰하여 일상을 잠식, 정신과 육체의 건강 균형을 깨뜨리며, 심하면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의지와 선택에 상관없이 현대인의 생활 특성상 불안한 감정으로부터 온전하게 자유롭기는 힘들다. 불안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다가 되려 불안을 증폭시키곤 한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엘 길버트는 "우리가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는 '근거 없이 만연한 조언'과 '상상력의 오류‘ 때문"이라고 했다. 실패와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해법을 모색하면서, '늘어난 상상'과 '판단 오류'로 인한 불안감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불안에 대한 대응법과 격려는 세상에 넘쳐난다. "마음을 가라 앉혀라."라는 주변인 관점에서 하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그다지 마음에 자리잡지 못한다.
덩밍다오의 저서인 <도인道人>(고려원미디어)은 중국 도교 수련자이자 저자의 스승인 관사이훙의 구도적 일대기를 보여준다. 스승이 말한 '궁극의', '최상의'라는 수련법은 태극권(太極拳)이라는 중국 전통의 무술이자 양생법이다. 1600년대 중국 하남성 온현 진가구에서 진왕정이란 사람에게서 발원하였다고 추정한다. 힘(力)은 근육과 뼈를 단련하지만 태극권은 힘줄과 내기(內氣)의 경(勁)을 강화한다. 여러 연구에서 태극권은 기혈순환의 원활함과 면역력 증진, 관절이 튼튼해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국내에도 1990년대부터 보급이 되었지만 난해한 동작과 추상적인 이론으로 배우기가 힘이 들어서 일부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수련인구가 늘고 있으나 아직은 생소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태극권의 수련법은 투로와 참장, 전사경, 추수의 네 부분으로 구성이 되는데 시간적, 장소적 제약으로 인하여 수련하기가 어렵다면 참장(standing post, standing meditation)이라는 동작 한 가지만 익혀도 태극권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대부분 가질 수 있게 된다. 어렵지가 않게 배울 수 있는 참장 자세는 많은 중국 무술에서 볼 수 있으며 10여분의 설명만을 듣는 것으로 익힐 수가 있다. 참장 자세를 텐세그리티(tensegrity) 구조라고도 부른다. 'tensional', 'intergrity'를 합친 용어로써, 최소한의 구조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의미의, '긴장에 의한 통합체'라는 뜻이며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에게서 시작한 개념이다. 태극권 참장 자세를 텐세그리티(tensegrity)라고 부르는 논문과 저서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무릎을 비롯해서 관절을 비스듬히 구부려, 우두커니 선 자세에 대하여 덩 밍다오의 스승인 관사이훙은 "기 에너지는 모일 곳으로 모이고, 흐를 곳으로 흐른다."라고 했다. 그냥 서 있는 자세만으로 요가 수련으로 얻을 수 있는 프라나와 비슷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예전에, 두 분의 명상 지도자들이 가르치는 원생들이 수련 중 발생하는 상기증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필자와 상담을 하러 온 적이 있었다. 참장 수련 자세는 서서 진행하며 기운을 하침(下浸)시키기에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
불안감에 휩싸인다면 강한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진시키면서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도움이 되지 않는 상상도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불안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태극권 또한, 자연 호흡이 길어지는 유산소 운동이다. 가까운 태극권 수련원이 있다면 참장 자세와 투로 동작을 배워보자. 상기된 기운이 가라앉으면서 면역력도 증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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