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현 오스테리아 문 대표
세계 3대 진미중 하나, 금보다 귀하다는 트러플(송로버섯)은 재배를 할 수 없고 개나 돼지의 후각으로만 찾아야 하는, 음식에 그 버섯을 갈아 올렸을 때 엄청나게 특별한 향으로 황홀한 경험을 선사하게 해주는 버섯이다.
셰프로서 이 귀한 식재료를 내 요리에 쓰기 위해 멀리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역의 페루자 옆 작은마을 트레비까지 내 몸을 자연스레 이끌게 된다.
6년 전부터 2년에 한 번꼴로 찾게 된 이 마을은 중세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우리 충청북도처럼 내륙지역이면서 산과 계곡으로 둘러쌓여있다.
성 프란체스코 성인이 태어난 이 마을의 축복받은 후손들은 송로버섯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땅에서 버섯을 채취하고 가공하며 트러플 향의 올리브오일과 꿀 등 다양한 제품들을 소규모로 생산하며 레스토랑과 작은 호텔을 운영하며 부유하게 살아간다.
난 이곳에 올 때마다 압도적인 자연풍광을 보며 잦은 안개가 드리우는 신비로운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 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름다운 이곳에는 나에게는 은인인 브루넬로(Brunello) 할아버지가 트러플 헌터로 일을 하신다. 6년 전 할아버지와 함께 트러플을 캐며 그분의 어머니가 늘 만들어주던 트러플 파스타의 비법을 전해 듣게 되었다. 하지만 그분은 요리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기억을 더듬어 들어가는 재료들을 나열해주셨는데 마늘 한 알과 야채국물, 그리고 마조람이라는 여리여리한 향을 머금고 있는 허브 정도였다. 그것을 토대로 한국에 돌아와 트러플 파스타 레서피를 완성시켰고 지금도 우리 레스토랑 베스트셀러로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나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브루넬로 할아버지의 분신처럼 동거동락하는 트러플 강아지의 치석제거용 장난감 등 강아지 용품들을 잔뜩 사다가 선물을 드리고는 한다. 더욱이 이번 방문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직원들까지 모두 함께하여 더 뜻깊었는데 매일 쓰는 트러플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고 어떻게 손질이 되어 어떤 재료들과 조합하여 요리가 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8년 동안 트러플을 요리에 정말 많이 애용하고 있다. 트러플 요리가 한창 유행일 때가 있었다. 그 특별한 가치와 희소성, 화제성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어울리지도 않는 재료나 소스 위에 갈아 올려지는 것은 참 아쉽게 생각하지만, 현지에서는 트러플이 자연스럽게 요리에 어울리게 순수한 요리들을 위주로 레서피가 만들어진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늘 해서 먹는 계란프라이 위에 올려지는 트러플이나 약간의 마늘과 감자만 넣고 만든 스프 같은 음식 위에 올려지는 트러플 요리는 소박하다 못해 겸손이 느껴지는 요리이다. 그럼에도 그 맛은 정말 황홀하고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하고는 한다.
트러플 마을에서의 하이라이트는 하루의 마감이다.
그곳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늦은 저녁 초대되어 마치 친한 친구의 가정집에 초대된 듯한 따뜻한 서비스를 받는다. 테이블 위에는 지역의 잘 숙성된 14년 산 사그란티노 와인과 함께 약 10가지의 트러플 요리들의 향연이 이어지고 밤늦도록 요리와 인생 이야기들이 꽃을 피운다. 어느덧 잠든 아기의 새근새근 숨소리와 푸근한 음악을 들으며 평화롭고 아름다운 하루가 깊어 간다.
성인의 후손들, 조용하지만 따뜻한 미소를 가진 사람들과 귀한 트러플버섯 그리고 천국과도 같은 신비로운 자연이 있는 이 마을에서 우리는 힘든 몸과 마을 쉬게 하고 새로운 에너지와 영감을 받아간다. Grazie mille E Arrivederci! (정말 감사합니다.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