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와의 항전을 주장했던 ‘김상헌’은 인조가 항복한 후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면서 남긴 시조가 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이 시조에서 시절이 하 수상하니라는 구절이 등장하며, 당시 나라의 상황이 평소와는 매우 다르고 어수선한 상태임을 표현한 것이다. 이후 이 표현은 세상이 불안하고 평범하지 않게 돌아갈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유치하고 저속한 정권싸움으로 인해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상하다. 그러니 지나치는 우리네 얼굴들을 보면 무표정이나, 어두운 그림자만이 드리워져 있다. 고물가에 지겹고 답답한 정치판과 공포스럽던 대형 산불, 그리고 대통령탄핵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집단우울증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각종 대형인명사고, 정치의 불안정과 세계정세악화로 인한 스트레스 등 사회심리적 기능 전반에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15세–69세 3000명 온라인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심한 스트레스가 46.3%, 수일지속 우울감 40.2%, 수일지속 불안 34.1%, 자제 못하는 분노표출 16.7%로 나타났다. 우리네 삶은 허들경기처럼 어려움들을 가뿐히 뛰어넘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 몸의 힘이 몸의 근육에서 나오듯, 마음의 힘도 마음의 근육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하면 어떠한 역경이 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은 힘이 생긴다. 이 마음의 근력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을 배려하고 제대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 마음의 근력이다. 대인관계는 소통능력, 공감능력, 자아확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모든 것에 감사하는 태도가 마음의 근력이다. 이대로 우울하게 살 수는 없지 않는가. 긍정의 힘을 길러야 한다. 긍정의 힘을 기르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극에는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면 생존을 위하여 모든 생물이 떠난다고 한다. 영하 50도의 극한 추위 때문이다. 그런데 그 추위에도 보금자리를 굳게 지키며 살아가는 동물이 바로 황제펭귄이란다. 어떻게 죽음과 같은 혹한을 버텨 낼 수 있을까? 몸을 밀착하는 행동인 ‘허들링(Huddling)’으로 추위를 이겨낸단다. 혼자서는 절대로 혹한을 감당할 수 없어서 찬바람이 매서우지면 소용돌이 대열을 만들기 시작한다.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고, 안쪽과 바깥쪽 펭귄이 시간에 따라 자리를 바꾸는 ‘허들링’을 통해 체온을 유지, 서로를 보호한다. 바깥쪽의 펭귄이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안쪽의 펭귄도 교대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영하 50도 넘나드는 칼바람에 바깥쪽 펭귄은 모두 동사할 것이다. 결국 황제펭귄 무리는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죽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밀착하여 원형으로 겹겹이 에워싼다.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질 때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무리 전체가 돌면서 바깥쪽과 안쪽에 있는 펭귄들이 계속해서 서로의 위치를 바꾼다. 바깥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바람막이에 떨었던 펭귄들은 안으로 들어가 몸을 녹인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체온을 지켜내며 혹한의 겨울을 이겨낸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 시점에 성숙한 마음의 방어기제를 갖춰야 한다. 일상의 생활은 평범함 속에서 이루어져야지, 수상함 속에서 이루어지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 수상한 시절, 언제나 풍파가 좀 가라앉으려나? 정신건강문제도 함께 해결한다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제 상처받았던 것들보다는 치유할 방법에 집중해 마음의 항체를 기르자. 탄식하기보다는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마음회복탄력성을 기르자.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다시 꿋꿋이 튀어 올랐던 마음의 근육, 회복탄력성을 긍정적으로 다시 키울 때이다. 세찬 비바람과 파도를 맞닥뜨릴 때라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 마음의 맷집이 두둑해져야 한다. 온실속의 꽃보다는 밟힌 잡초가 뿌리를 깊이 내려 어떤 환경에도 견뎌 낼 수 있는 것처럼, 명품 와인을 만드는 포도도 가물고 거친 들판에서 자란 것이라고 한다. 지성지수나 감성지수보다 역경지수를 높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