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때 온 나라의 모든 게 멈춰 서면서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을 때 뜻밖에 ‘웃은’ 분야가 있다. 전통주였다.
모두 밖에 안나가고 웬만하면 혼자 생활하다 보니 ‘혼술’과 ‘홈술’이 늘었고 그 과정에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주를 찾는 이들도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배질 하라’고 했다. 판로가 넉넉지 못해 힘들었던 전통주에게는 생각 잖은 호기였던 셈인데 전통주는 이 기회를 얼마나 잘 살렸을까.
충남도가 지난 21일 도내 양조장에서 생산한 전통주 가운데 충남의 맛과 멋을 담은 10개 제품을 선정하고 국내외 판로 확대를 위한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충남술 톱텐은 △탁주 간월도 달빛따라 △약·청주 한산소곡주, 녹천한산소곡주, 한산명품소곡주, 대천바다 금빛 △과실주 추사애플와인 △증류주 두레양목통숙성주, 천년지기 한산소곡화주, 태안벌주40 △기타 감탄주 등이다.
도는 이 제품들을 도청 홍보관에 전시하는 한편 국내외 박람회 참가와 온라인 판촉 지원 등을 통해 전통주 산업 활성화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우리에게는 약주, 청주, 탁주, 과실주 등 다양한 전통주가 있는데 그건 지역농특산물에서 유래한 전통과 문화적 다양성이 생명이다. 그래서 전통주 장인들은 자신 혹은 지역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술에 담고 있으며 충남도내 전통주도 여러 설화와 각종 스터리텔링 및 제조기법이 유구하게 전해져 온다.
사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전통주는 일제 강점기 때 그 명맥을 크게 상실한 적 있다. 그 과정에서 고려와 조선을 거쳐 장구하게 내려오던 수많은 전통주(가양주)가 사라지는 비운을 맛봤다.
그러다 K-팝과 K-푸드의 인기 확대에 힘입어 전통주도 최근 수년간 부쩍 선전을 펼치며 활로를 모색하고, 그간 잊히거나 사라졌던 전통주도 다시 제조기법을 살려내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하지만 2023년 국내 주류산업 시장규모 10조695억원 가운데 전통주 출고액은 1475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시장규모 중 전통주 비중이 1.4%대에 머문 것이다.
이번 충남술 톱텐 판로확대 지원을 계기로 다시 십수년전 농업의 6차 산업화와 함께 전통주 육성정책을 집중 추진해 생산 및 소비가 급증했던 시절을 상기하며 재도약의 노력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한 때 막걸리의 일본 수출액이 사케의 수입액을 넘어섰던 때를 돌아보며 재기의 기회로 삼자는 얘기다.
특히 우리 전통주는 도수가 높은 증류주(전통소주) 1리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료 쌀의 양이 거의 1㎏에 달할만큼 쌀을 많이 쓴다는 점에서 남아도는 쌀 소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심지어 쌀로 밥을 하면 한 배, 떡을 하면 두 배, 술을 담그면 세 배의 가치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은 쌀의 부가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중 하나이기도 하다.
충남도의 전통주 생산 판매 확대노력이 빛을 발하고 결실을 거둬 현재 소주(38.9%)와 맥주(48.7%)가 90%가량 점유하고 있는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가 20~30%까지 확산되는 날을 고대한다.
충남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의 이자카야와 같은 고급 전통주 주점처럼 충남도내에 품격있는 전통주 전문 주점의 개설‧운영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릴수 있는 공간,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전통주갤러리' 같은 곳도 연구해 보자. 이곳에서 충남 전통주의 전시와 시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통주 판매, 컨설팅, 비즈니스를 함께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5.04.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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