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이제 머지 않아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그동안 스승의 날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는데 금년 스승의 날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왜냐하면 금년부터는 5월 15일이 세종대왕 나신 날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군사부 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스승을 부모나 임금처럼 생각해 왔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된다’고 하여 범접할 수 없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근대에 서양식 학교가 설립되면서 가르침의 수단과 방법이 변화되었지만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의 전통에는 변함이 없었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옯기기 시작한 것은 1958년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의 청소년적십자(RCY) 단체였다. 1958년 5월 8일 적십자의 날에 단원들이 병환 중에 계신 선생님을 위문하고 퇴직하신 스승님에 대한 위로 활동을 한 것이 발단이 되어 이러한 활동이 인근 학교로 퍼져 나가자 충남 RCY 학생협의회는 1963년에 이를 충남 지역 전체에서 함께 실천하기로 결의하고 9월21일을 '은사의 날'로 정하여 사은 행사를 진행하였다. 그러자 그 해 10월에 열린 제12차 RCY 중앙학생협의회에서는 이 행사를 전국 행사로 확대하기로 하고 다음 해인 1964년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게 되었으며 1965년 4월23일 열린 RCY 중앙학생협의회에서는 겨레의 위대한 스승이신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다시 정하고 기념하게 되었다.
1966년에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스승의 날 노래를 방송 매체에 보급하면서, 노래와 함께 행사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1973년 3월 모든 교육관련 기념 행사가 '국민교육헌장선포일'로 통합되면서 '스승의 날'은 1981년까지 금지되었다. 이후 1982년 5월 제정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 조성을 위하여 스승의 날을 9년 만에 부활했고,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지켜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스승의 날에 고가의 선물이나 촌지가 오가면서 큰 사회 문제가 되었고 법으로 규제를 하다 보니 스승의 권위가 실추되고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의 표현조차 어렵게 되고 말았다. 더욱이 교권 추락 현상이 심화되면서 스승의 날의 의미도 많이 퇴색되어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승의 날과 세종대왕 나신 날을 중복하여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 것에 대하여 심한 의아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생일을 기념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글날이 있어서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를 해 왔고 스승의 날을 세종대왕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정한 것인데 스승의 날의 의미를 퇴색시키면서까지 중복해서 세종대왕 탄생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기념일 중에는 중복되어 지정된 날이 꽤 있지만 서로 대상과 성격이 전혀 다르기에 각각 해당 단체에서 기념 행사를 하면 되지만 스승의 날과 세종대왕 나신 날은 상호 연관성이 있어서 분리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상호 협의하여 행사 진행에 대한 첫 출발을 현명하게 해야 할 것이며 교육기관에서도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스승의 은혜에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교육적 행사와 함께 교권을 보호하고 교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스승과 제자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