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충북도 토지정보과 주무관

▲ 김학수 충북도 토지정보과 주무관

공직에 입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이었던 것 같다.
어느 민원인의 집을 방문하려고 주소지를 찾아가고 있었다. 당시에는 네비게이션도 없었을뿐더러 주소 역시 지번 주소를 사용하고 있었을 때였다.
동네마다 같은 번호가 반복되기도 하고, 지번도 불규칙하고, 길을 물어보면 어김없이 "거기요? 그냥 저기 골목길로 가면 있어요"라는 말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내비의 등장으로 길 찾기가 다소 편해졌다. ‘남자는 태어나서 어머니, 아내 그리고 네비의 말을 잘 들어야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네비가 유행하였으며 현재에는 대중화돼 있다.
그 무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일대의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난다.
바로 도로명 주소다. 과거의 땅 중심 지번 주소에서 도로 중심의 도로명 주소로 사고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도로명 주소 시스템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존의 지번 주소에 익숙해져 있어, 도로명 주소의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나이가 진득하신 어르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여야 하는 것일까?
도로명 주소는 단순히 효율적인 주소 체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행정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으며. 모든 주소가 표준화돼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이나 우편 서비스에서의 혼동을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재난 대응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도로명 주소는 구조 활동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만들었다.
둘째,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택배 서비스 등에서는 도로명 주소 덕분에 배송 오류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기업이나 상점들이 자신의 위치를 홍보할 때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셋째, 개인적인 편리성이 증대 됐다. 도로명 주소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어, 길을 찾는 일이 훨씬 간편해졌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지인이 방문하는 경우, 도로명 주소는 훨씬 더 접근성이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넷째, 미래의 산업에 대한 활용성이 높다. 드론 배송, 드론 택시, 원활한 교통환경 조성 등 다양한 기술과 결합해 도로명 주소가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도로명 주소는 단순한 행정적 변화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화이며, 사회 전반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을 열어 줬다.
도로명 주소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발전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도로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직선도로, 굽은 도로, 경사진 도로처럼 우리네 인생도 비슷한 행로를 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 목표를 도로명 주소처럼 편리하게 찾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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