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순 청주시의원
매일 아침, 필자는 사직푸르지오캐슬아파트에서 청주시의회까지 약 30분간 도보로 출근한다. 왕복 1시간가량의 출퇴근 시간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신체적·정서적 건강을 챙기는 일상의 루틴이 됐다. 출근길은 사직 국보로를 지나 충혼탑, 무심천, 서문시장을 거쳐 의회에 이른다. 특히 무심천의 작은 다리를 지날 때면, 물 위로 비치는 윤슬과 오리떼의 여유로운 모습이 마음을 환기시킨다. 걷기의 효과는 단순한 기분 전환을 넘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걷기는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운동이자, 정서 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생활 속 건강 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를 시민 모두가 누리기 위해서는 보행 인프라 확충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4월 21일, 청주시의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전국은 걷기 인센티브 열풍, 청주시만 제자리걸음’이라는 제목으로 보행 정책 강화를 촉구한 바 있다. 또한 2023년 11월에는 ‘청주시 맨발 보행로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해 제정했다. 이는 시민이 도심 속 자연을 가까이하며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초석이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는 보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일정 걸음 수에 따라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운영하며, 시민의 건강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과 부산, 광주 등 대도시에서는 걷기 운동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보조금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런 정책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청주는 아직까지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의 품격은 걷기 환경에서 드러난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도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걷기 정책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건강, 복지, 환경, 지역 공동체를 아우르는 중요한 정책이다. 청주가 '걷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행 인프라 확충과 함께 걷기 문화 확산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90% 이상이 ‘맨발 걷기 인센티브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 중이다. 이 조례는 시민들이 맨발로 걷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걸음 수에 따라 지역화폐를 지급하거나, 포인트를 적립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러한 정책은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를 포함한 충북도 내 5개 시·군은 아직까지 '맨발 걷기 인센티브 조례' 제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큰 기회를 놓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필자는 도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맨발 걷기 인센티브 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청주가 걷기 좋은 도시로 발전하려면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걸음 수에 따른 포인트 제공이나, 지역화폐 연계 방안 등을 통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걷는 도시가 곧 건강한 도시이며, 이는 지속 가능한 청주의 미래와 직결된다. 건강한 시민, 쾌적한 환경, 그리고 활성화된 지역 경제는 걷기 좋은 도시에서만 가능하다. 청주가 진정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로 발전하려면, 보행 인프라 확충과 함께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필자는 앞으로도 청주를 시민 중심의 보행 친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