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 교수
한류는 더 이상 음악과 드라마에 머무르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K-문화, K-비즈니스를 익히려는 열망이 커지면서, ‘K-에듀’는 새로운 국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은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디지털 시대의 교육 주체인 사이버대학교를 외면하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고등교육 국제화 정책은 여전히 물리적 캠퍼스를 보유한 오프라인 대학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국제공동 학위, 캠퍼스 아시아 등 대부분의 사업은 전통 대학에 국한되어 있으며, 사이버대학교는 단지 ‘보완적 대안’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대학교도 「고등교육법」 제2조에 명시된 정식 고등교육기관이며, 교육 품질 또한 엄정한 평가와 관리를 거치고 있다. 이들을 제도권 안에서조차 방치하는 것은 교육 다양성과 국제경쟁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퇴행적 판단에 불과하다.
사이버대학교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한 교육 플랫폼이다. 특히 한국의 강력한 ICT 인프라와 함께 최근 각국의 국가 경쟁력으로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는 AI(인공지능)과 결합할 경우, 그 확산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어, K-콘텐츠, K-비즈니스 등 한국 고유의 문화자산을 접목한 커리큘럼은 세계 각국의 학습자에게 매력적인 교육 상품이 된다. 지금은 사이버대학을 단순한 국내 대안이 아닌, ‘디지털 통합 교육 플랫폼’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의 코세라(Coursera), 영국의 퓨처런(FutureLearn), 호주의 Open Universities Australia 등 글로벌 교육 플랫폼은 이미 각국의 국가 전략으로 채택되어 전 세계 학습자를 유치하고 있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도, 사이버대학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최근에도 교육계의 장보고 시대를 포기하는 정책 결정이 있었다. 올해 교육부의 지방대학 지원사업인 RISE 사업에서 사이버대학은 배제됐다. 여전히 오프라인 대학 중심의 관점이 교육부 정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사이버대학을 대표하는 법적 기구인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원대협)’가 법적 지위를 확보하여, 정책 설계 과정에 참여할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제부터라도 사이버대학교를 대한민국의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다음과 같이 전면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우선, 고등교육 국제화 정책의 지원 대상에 사이버대학교를 포함해야 한다. 지금처럼 오프라인 대학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며, 디지털 교육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유학생 유치, 글로벌 협력 학점 교류, 콘텐츠 수출 등에서 사이버대학이 적극적으로 교육한류의 장을 넓힐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하고, 콘텐츠의 다국어 번역 및 현지화에 대해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국가 차원의 ‘글로벌 통합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중심에 사이버대학교를 배치해야 한다. ‘글로벌 통합 교육 플랫폼’의 콘텐츠 개발과 해외 학습자 서비스에 있어서는 이 분야에서 4반세기 이상 기반을 다져 온 사이버대학을 핵심 파트너로 삼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사이버대학에 등록해도 장학금과 비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접하는 첫 관문으로서 사이버대학이 전 세계 학생들에게 한국형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일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선 ‘교육 외교’의 선봉에 설 수 있는 국가 이미지 제고 전략이다. 이와 같이 사이버대학교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면, 글로벌 교육한류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의 교육은 더 이상 물리적 공간인 대학 캠퍼스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의 국제화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지금이야말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사이버대학교를 대한민국 고등교육 국제화 전략의 최전선에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강국 대한민국이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