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전 중원대교수
첫째,“용은 전지전능한데, 미룡(米龍:똥구더기)은 똥파리가 될 뿐이다.”그러나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재주를 타고난 사람도 있다. 시대에 충성한 김노규는 누구인가? 자난 호에서,김노규를 통해 올바른 학문과 사상이 선각적 홍익애국을 가능케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둘째, 김노규(1845~1904)의 가계와 저술에 대해서는 장유승이 2010년 서울대 박사학위논문〈조선후기 서북지역 문인 연구〉에 정리해놓았기 때문에, 선행연구의 공을 존중하여 첨삭요약한다. “김노규는 최신(崔愼1642~1709)의 학통을 계승한 마지막 문인라고 할 수 있다. 김노규는 함북 종성(鍾城)출신이다. 5대조 대성(大聲)이 한동린의 문인이었으며 외조 봉오(鳳梧) 주삼노(朱三老)은 남대임(南大任)의 문인이었다. 김노규는 스스로 남명학(南溟學 1731~1798)의 손자 남대임을 사숙(私淑)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대임의 증손 남현식(南鉉植)과 함께 남대임의 문집을 편찬했다.김노규는 58세에 의릉참봉으로 관직에 올라 의릉령 영흥군수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일생동안 함경도 문인들의 저술을 두루 수집하여 저술을 편찬하는데 진력하였다. 《용당지(龍堂志》 《대한북여요선(大韓北輿要選)》《북패중흥지(北旆中興誌)》임계부강록(壬癸扶綱錄)》《진무실기(振武實記)》등 지역정체성에 기반한 저술도 남겼다.”
셋째, 〈두만강구곡잡영(豆滿江九曲雜詠)〉 제1곡 “조산해문(造山海門) 두만강입구의 조산”을 보자. “江上海門捍作灣[江口有捍門砂], 開來屯島此中間. 李公忠武君知否, 戍事當時管造山[李忠武公舜臣以造山. 萬戶兼鹿屯島耕, 戍禦胡有功]. 강가 바다입구를 막아 만(灣)을 만들었는데[강 입구에 모래를 쌓아 만든 조산이 있다], 이 중간에 녹둔도라는 섬이 펼쳐져있네. 이충무공을 그대는 아는가 모르는가? 만호로 근무할 당시에 조산을 관장했네[이충무공 순신이 산을 쌓았는데. 이때 직책이 만호였으며 겸하여 녹둔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변방에서 오랑캐를 방어하는 공을 세웠다.] ”
지대가 낮은 곳에 산모양으로 흙을 쌓아 주변 땅보다 좀 더 높게 돋운 땅을 조산(造山)이라고 한다. 괴산군 사리면 사담리에도 ‘조산들’이 있다. 이순신(1545~1598)장군이, 두만강하류에 있는 섬인 녹둔도 만호(鹿屯島 萬戶)로 근무했다. 시의 내용을 보면 이순신장군이 여진족을 방어할 목적으로 강가에 흙을 산처럼 쌓은 흙더미가 조산인데, 나중에 “조산”이라는 보통명사가 된 것이다. 두만강 하류 중간에 녹둔도라는 섬을 잘 알려져있다. 김노규는 3구에서 김노규는 “이순신장군을 아는가”하고 반문한다. 이순신장군이 만호시절에 조산을 구축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이순신의 국방시설 축조의 공적을 강조했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현시국에서 김노규가 국방의 중요성을 담은 시를 주목음미하자.
넷째, 제2곡은 “굴신포(屈伸浦) 검은 용이 몸을 구부린 포구”다. “聖手射龍幾屈伸,隨痕照數赤池濱.千年浦口人人誦, 識得王基自有眞. 성스러운 손으로 용을 쏘아맞추기 위해 몇 번이나 몸을 구부렸는고? 흔적을 따라 赤池濱[붉은 연못가]를 몇 번 살펴보았네. 천 년된 포구를 사람사람마다 칭송하는데, 알겠노라, 왕의 터라는 말이 절로 진짜라는 걸.”
조선 태조 이성계의 조부의 이름이 춘(椿 ?~1342))인데, 태조가 즉위한 후 도조(度祖)으로 추존되었다. 도조의 꿈에 백룡이 다시 꿈에 나타나서 “흰 것이 나이고 검은 것이 상대편이오.”하였다. 꿈에서 깨어 다시 그곳으로 가서는 화살 한 대를 쏘아 흑룡을 맞히니 피가 어지러이 흘러, 온 못물을 붉게 물들였다. 그래서 적지(赤池)라고 하고, 또 사룡연(射龍淵)이라고도 한다. 망덕산에서 10리쯤 되는 곳에 있는데 둘레가 10여 리이고 북쪽으로 두만강과 이어져 있다. 못의 남쪽 5리쯤에 굴신포(屈伸浦)가 있는데 화살에 맞은 용이 꿈틀거리며 달아나서 이렇게 이름하였다. 그 일이 있는 뒤 밤에 백룡이 와서 사례하면서 “공의 큰 경사가 앞으로 자손에게 있을 것입니다.하였다. ” 이 내용은 《용비어천가》등 서책에 자세하다.
다섯째, 위의 굴신포에 남아있는 도조가 적선(積善)한 신이한 고사는 조선왕조창업에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용은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닌 상상의 영물(靈物)이다. 황제와 왕을 상징한다. 김노규는 도조의 고사를 제시하여 적선의 실천을 강조했다. “후손의 경사와 조국의 태평성대를 위해 각자 홍익 적선에 최선을 다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