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경 시인, 첫시집 『네모 속에 들어온 달』 출간

 

바람 빠져 시든 풍선처럼

가슴에 달고 사는 훈장 하나

삼십 년 지기 기관지 확장증

 

분필 가루 마시며 지킨 교단

허파 가득 바람 든 욕심

잔기침 대수롭지 않게 여긴 무심

그렇다면 그것도 일종의 직업병

 

잔뜩 성난 코로나 습격에도

끄떡없이 견뎌준 고마운 내 풍선

다시 빵빵할 일 있을까마는

바람 가득한 날들의 추억은 은퇴선물

 

너도 풍선 터질 듯

잔뜩 꽃바람 든 적 있니?

가슴에 달고 사는 훈장 하나 있니?

 

가슴 터져도 좋으니

펌프질하는 사랑은 있니?

이건 바람이 아니야 숨이야전문

 

최상경 시인
최상경 시인

 

최상경 시인의 첫시집 네모 속에 들어온 달이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바람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 2부 눈꽃이 어느새 꽃눈 되어, 3부 일만 개의 낮과 밤, 4부 그대로 거기 멈출 수 없겠니로 구성됐다.

김학중 시인은 최상경은 우리의 삶을 단절시켰던 죽음이 야기한 언어적 상흔을 지금 여기의 시간으로 맞아들인다. 그 고유한 언어의 상흔, 그 찢김을 우리에게 환기한다. 그 언어가 일으키는 웅얼거림에 주목하고, 그 언어의 상흔을 잊지 않고 지금 여기에 가시화하려는 시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과거의 아름다운 순간이 다름 아닌 현재의 노래임을 알려준다. 그리하여 우리의 언어가 입은 상처와 그 상처로 인해 야기된 실패한 경험의 순간이 어떻게 지금 아름다움을 잉태하는지 보게 된다. 그것이 최상경의 시가 아름다움으로 구조해 낸 시의 신호들이며, 그 신호들로 이루어진 비밀의 서신인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선애 시인은 추천글을 통해 그는 자신의 체온으로 언 땅을 녹이는 봄꽃처럼, 가슴 터지는 사랑을 가졌다언어가 닿지 않는 너머의 경계를 넘나들고 한순간도 같지 않은 일상의 질문들, 그의 사유들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하다고 소개한다.

최 시인은 서투른 내 고백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감출 수 없는 부끄럼은/ 꽃 되고 낙엽 되고/ 그리고 끝내는 바람이 된다고 시인의 말을 남겼다.

최상경 시인은 전남 고흥군 풍양면 출생으로 목포대 경영학과, 순천대 교육대학원 졸업, 순천효산고 교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순천북부교회 장로, 순천대 평생교육원 시우림 동우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광 꽃무릇축제 문학상 시부문을 수상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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