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영 충주중 수석교사

학교는 왜 존재할까? 이 질문에 대해 생성형 AI는 학교를 이렇게 정의했다.
“학교는 개인의 성장과 사회화를 통해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공동체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포용적 배움의 공간이다.”
최근 ‘2024. 중등교실수업 혁신 국외연수’를 통해 이탈리아의 알베르티 단테 학교를 방문한 후 이러한 학교와 교육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알베르티 단테 학교는 1853년 클래식(인문계) 고등학교 형태로 시작되었으나 이후 예술, 음악 고등학교가 추가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학생들의 열정적인 학습 태도와 창의적인 교육 환경은 우리 교육의 방향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였다.
이탈리아의 학교들은 시설이 낡고 오래된 경우가 많았지만, 그 안에는 교사와 학생이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이 있었다. 클래식 고등학교의 라틴어 수업을 맡은 백발의 선생님은 단순히 언어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고전 문학과 철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학생들과 공유하며 교육이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과 지혜를 전달하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선생님의 수업은 교사의 삶과 지식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생생히 증명하였다.
우리나라의 학교들은 최신의 건물과 에듀테크 기술을 갖추어 보다 효율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회정서학습(SEL)을 강화하여 학생들의 정서적 성장과 협업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경험한 교육을 통해, 단순히 기술과 시설이 아닌 하이터치(High-Touch)와 하이테크(High-Tech)가 조화를 이루며 교사와 학생이 진정으로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학습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충북교육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메타인지 활용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키우고, 능동적으로 사고하며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수법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창의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학습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피렌체 예술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각자의 작업 공간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자율성과 협업 능력을 동시에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초 예술 교육부터 시작해 심화 학습으로 이어지는 5년간의 체계적인 커리큘럼은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예술적 감각뿐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 주도성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있었다. 또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뮤지컬 무대를 기획하고, 직접 공연하며, 공모전에 참여하는 등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교육은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사회와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경험은 교육이 단순히 시험 성적이나 학업 성취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삶의 방향성과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은 이러한 관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는 교육 모델은 학생들이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더불어, IB 프로그램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 철학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심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학교,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교육과정은 일률적인 평가 기준을 넘어 학생 개인의 성장 궤적에 맞춰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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