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로 피어난 꿈과 사랑’... 16~21일 청주예당 소2전시실
‘태평성시도’ ‘금강산도’ 등 8폭 병풍 대작 포함 49점 선봬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8폭, 10폭짜리 대작에 임할 때는 먹의 농담이나 선의 굵기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심이 아주 중요합니다.”
지난해 13회 (사)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태평성시도’의 조태정(73) 작가가 ‘붓질’ 입문 20여년만의 첫 개인전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태평성시도’는 중국의 ‘청명상하도晴明上河圖’로부터 영향을 받아 조선 후기에 그려진 풍속도로, 조선시대 왕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그린 것이라고 전해진다.
길이 6m, 8폭의 병풍에 그려진 조 작가의 태평성시도에는 신랑신부, 장원급제자, 귀부인 행렬 등 등장 인물만도 2240여명에 달하며, 성곽, 시장, 수로, 호화스런 건축물 등 당시의 사람들이 꿈꿨던 이상적인 도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첫눈에 대작의 규모에 감탄하고 이어 단 한 사람도 똑같지 않은 복색, 섬세한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생생히 표현돼 있음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서원대 평생교육원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난 민화 작가 이선구(68) 스승의 권유로 시작한 ‘태평성시도’를 완성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는 조 작가는 “그 시간 동안은 여행은 물론 친구도, 가족도, 다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민화의 상징인 오방색이 현대적인 공간과 조화를 이루기 힘든 점을 감안, 수묵화로 그림을 시작한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담백한 간색(전통색채에서 두 개 이상의 오방색을 섞어 만든 색)을 만들어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로지 손끝에서 연결되는 붓질의 강약에 따라 채색이 두텁거나 가늘거나, 탁하거나 진할 수도 있음을 잘 알기에 집중하고 또 집중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 나간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스승의 작업실을 중심으로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활동하던 그가 충북으로 무대를 옮긴 것은 5년 전쯤. 또다시 3년여의 긴 시간 끝에 완성한 10폭 ‘금강산도’로 충청북도미술대전 민화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그렇게 온몸으로 그려낸 태평성시도, 금강산도를 비롯해 모란도, 기명절지도, 십장생도, 경직도 등 병풍 12점과 일월오봉도, 청룡도, 황룡도 등 액자 37점 등 총 4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지만 조 작가는 1953년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여고와 청주교대, 원광대 차문화 경영학과를 졸업한 평범한 교사 출신 가정주부에게 오로지 민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은 ‘남편’이라고 말한다.
청주 오창초와 오창중 동기동창이자 평생의 반려자인 남편 홍순필(73) 세무사(전 청주세무서장, 현 세영세무회계 대표)는 “그린 민화를 2녀 1남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겠다”는 조 작가를 만류하고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해 주는 것은 물론 발로 뛰어다니며 알리고 챙겨주느라 여념이 없다.
조 작가는 “첫 개인전을 앞둔 설렘과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지금 이 순간이 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10년 후에도 붓을 놓지는 않겠지만 그때는 남편과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고 소녀처럼 웃는다.
전시는 오는 16~21일 청주예술의전당 소2전시실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16일 오후 3시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