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로 피어난 꿈과 사랑’... 16~21일 청주예당 소2전시실
‘태평성시도’ ‘금강산도’ 등 8폭 병풍 대작 포함 49점 선봬

▲조태정 작가
▲조태정 작가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8폭, 10폭짜리 대작에 임할 때는 먹의 농담이나 선의 굵기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심이 아주 중요합니다.”

지난해 13회 (사)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태평성시도’의 조태정(73) 작가가 ‘붓질’ 입문 20여년만의 첫 개인전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태평성시도’는 중국의 ‘청명상하도晴明上河圖’로부터 영향을 받아 조선 후기에 그려진 풍속도로, 조선시대 왕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그린 것이라고 전해진다.

 

▲2024년 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 국회의장상 수상작 조태정 작가의 '태평성시도' 사본
▲2024년 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 국회의장상 수상작 조태정 작가의 '태평성시도' 사본

길이 6m, 8폭의 병풍에 그려진 조 작가의 태평성시도에는 신랑신부, 장원급제자, 귀부인 행렬 등 등장 인물만도 2240여명에 달하며, 성곽, 시장, 수로, 호화스런 건축물 등 당시의 사람들이 꿈꿨던 이상적인 도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첫눈에 대작의 규모에 감탄하고 이어 단 한 사람도 똑같지 않은 복색, 섬세한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생생히 표현돼 있음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서원대 평생교육원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난 민화 작가 이선구(68) 스승의 권유로 시작한 ‘태평성시도’를 완성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는 조 작가는 “그 시간 동안은 여행은 물론 친구도, 가족도, 다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지난해 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에서 국회의장상을 받은 조태정 작가가 자신의 작품 '태평성시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에서 국회의장상을 받은 조태정 작가가 자신의 작품 '태평성시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민화의 상징인 오방색이 현대적인 공간과 조화를 이루기 힘든 점을 감안, 수묵화로 그림을 시작한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담백한 간색(전통색채에서 두 개 이상의 오방색을 섞어 만든 색)을 만들어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로지 손끝에서 연결되는 붓질의 강약에 따라 채색이 두텁거나 가늘거나, 탁하거나 진할 수도 있음을 잘 알기에 집중하고 또 집중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 나간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스승의 작업실을 중심으로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활동하던 그가 충북으로 무대를 옮긴 것은 5년 전쯤. 또다시 3년여의 긴 시간 끝에 완성한 10폭 ‘금강산도’로 충청북도미술대전 민화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조태정, 부채 화접도, 95x63.5cm , 2021
▲조태정, 부채 화접도, 95x63.5cm , 2021

이번 전시에는 그렇게 온몸으로 그려낸 태평성시도, 금강산도를 비롯해 모란도, 기명절지도, 십장생도, 경직도 등 병풍 12점과 일월오봉도, 청룡도, 황룡도 등 액자 37점 등 총 4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지만 조 작가는 1953년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여고와 청주교대, 원광대 차문화 경영학과를 졸업한 평범한 교사 출신 가정주부에게 오로지 민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은 ‘남편’이라고 말한다.

청주 오창초와 오창중 동기동창이자 평생의 반려자인 남편 홍순필(73) 세무사(전 청주세무서장, 현 세영세무회계 대표)는 “그린 민화를 2녀 1남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겠다”는 조 작가를 만류하고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해 주는 것은 물론 발로 뛰어다니며 알리고 챙겨주느라 여념이 없다.

조 작가는 “첫 개인전을 앞둔 설렘과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지금 이 순간이 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10년 후에도 붓을 놓지는 않겠지만 그때는 남편과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고 소녀처럼 웃는다.

전시는 오는 16~21일 청주예술의전당 소2전시실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16일 오후 3시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조태정, 화접도
▲조태정, 화접도
▲조태정, 장생도(좌). 서수도2.
▲조태정, 장생도(좌). 서수도2.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