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이 변호사

▲ 신영이 변호사

요즘 부동산을 소유한 종중들이 이리저리 난리다. 과거 땅값이 비싸지 않을 때 선산으로 쓰기 위해 사놓은 산의 가치가 최근 적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몇십 배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중에서 선산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수한 것이다 보니 면적도 적지 않다. 세월이 지나면서 예전보다 종중에 대한 소속감이 사라졌고 친척이라도 남보다 못한 요즘, 종중 명의 선산에 부모님의 묘가 있지 않은 이상 그냥 지금 당장 팔아서 돈으로 나눠가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을 소유한 종중 내부에서는 선산을 팔자는 파와 팔면 안된다는 파가 대립하는 것은 물론, 팔자는 파도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 얼마씩 나눠가질지로 또 파가 나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선산이 종중 명의로 되어있으면 다행이다. 당시 종중의 큰 어른들 이름이나 종손 명의로 명의신탁한 부동산의 경우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선산 매도를 둘러싸고 종중 내부에서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처음에는 피가 섞인 친척 사이니 좋게 합의안을 도출해내고자 하지만(집안에 존경받는 큰 어른이 있는 경우는 보통 큰 어른에 의해 중재가 되긴 한다. 하지만 큰 어른이 돌아가시면 또다시 분쟁이 시작된다) 결국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 그때부터는 민사, 형사를 가리지 않고 소위 끝을 볼 때까지 소송을 하게 된다. 결국 어느 파의 대표는 형사처벌까지 받고 끝나게 된다.

긴 소송 끝에 승기를 잡은 파는 보통 상대파가 종중에 분란을 이르켰다는 이유를 들며 아얘 종중에서 배제하고 싶어진다. 신기하게도 승기를 잡은 파도, 진 파도 모두 자신이 종중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에 두 세력 간에 화합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그냥 계속 눈엣가시다.

그래서 규약이 있는 종중의 경우는 규약을 뒤져 종중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조항을 찾아내고, 규약이 없는 종중은 종중 총회를 열어 종중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하기도 한다.

상대파를 완전히 종중에서 몰아내기 위해 종중원 자격을 박탈하는 종중의 규약을 찾아내거나 만들어 낸 후, 그 규약에 따라 적법한 종중 총회에서도 종중원의 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의한 경우 정말로 종중원의 자격이 박탈되어 더 이상 해당 종중의 종중원이 아니게 되고, 종중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는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먼저, 종중은 일부 종중원을 임의로 그 종중원에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종중 규약에서 일부 종중원의 자격을 임의로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것으로 규정한 종중 규약은 종중의 본질에 반하여 무효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다34330 판결 참조). 그리고 종중은 종중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없고, 종중원이 종중을 탈퇴할 수도 없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다34330 판결 참조).

한마디로 종중원의 자격 박탈하는 규약이나 총회는 무효라는 얘기다. 따라서 종중은 문제를 일으킨 종중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종중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없고, 종중원은 종중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파, 저 눈엣가시를 종중에서 영원히 뽑아버릴 순 없는 걸까? 종중원의 자격을 아얘 박탈할 수는 없어 종중에서 영원히 뽑아버릴 순 없지만, 일부 한정적으로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니 그러한 내용으로 종중 규약을 개정하고 종중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종중 규약도 종중 총회도 자칫 잘못하면 무효가 되어 상대파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따라서 파가 갈려 분쟁이 시작될 것 같다면 먼저 종중 규약을 관련 법리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개정하고 종중 총회 역시 철저하게 관련 법리에 맞춰 소집통지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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