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용 수필가

▲김향용 수필가
▲김향용 수필가

출근길 옷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금목걸이를 가방에 넣었다. 요즘 금값이 올라 금 한 돈에 60만 원이 넘는다는 소문에 귀가 솔깃했다.

6년 전, 내가 야간 대학을 졸업할 때 여고 동창 34명이 졸업 축하 기념으로 선물해준 목걸이다. 그때 총무 L은 친구들이 향이를 생각해 주는 고마운 마음들을 알았다며, 손 편지와 함께 “졸업을 축하해” 하면서 메달을 목에 걸어 주었다.

목걸이를 볼 때마다 용기를 갖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가끔 편지를 읽을 때는 친구들의 애틋한 사랑과 마음을 느껴 이름 하나씩 보면서 그리운 마음에 늘 고마움을 간직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친구들을 위해 더 많은 사랑의 나눔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은 늘 변함이 없었다.

여고 졸업한 지 어느덧 45년이 지났다. 그동안 친구들과 찐한 우정을 나누면서 동창회, 동문회 행사가 있을 때마다 친구들은 우리 기수를 대표하는 리더가 되었다. 화합과 열정으로 한마음이 되는 모습은 단연코 동문회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선, 후 배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비록 여고시절 가난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이십 대 사회초년생으로 일했던 똑순이들이지만, 지금은 육십 중반이 넘은 나이에도 직장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지난 3월 말 여주로 친구들과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꽃샘추위가 제법 쌀쌀했지만, 마음은 훈훈했다. 하루 동안 함께 걷고, 점심을 먹은 후, 찻집에서 따듯한 차 한잔하면서 자연스레 얘기가 나왔다. 마음은 아직 여고 시절에 머문 것 같아도 변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우리 더 나이 들기 전에 여행 한번 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칠십 되면 걷지 못하고 아픈 친구들도 있을지 모르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추억여행 하고 싶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친구들도 있다. 그날도 무릎을 수술해서 걷는데 자신감을 잃은 친구들도 서 너 명이나 되었다.

신륵사 가는 길, 새봄을 맞아 빈 가지에는 파릇파릇 새잎이 나오고 개나리꽃이 피었다. 우리는 삼삼오오 가장 젊은 날 인증샷으로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오고 가는 버스에서는 친구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고, 흥겨운 시간 속에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려 충주에 도착했다.

퇴근길에 금방에 들렀다. 친구들의 졸업선물 목걸이를 처분하기 위해서다. 순간 친구들 얼굴이 떠오르면서 우정이 깨지는 것 같아 울컥했다. 마음이 바뀌었다. 그동안 친구들한테 받은 사랑은 차고 넘쳤다. 이제는 친구들에게 내 사랑을 나누고 싶어 동창회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혹여 또 마음이 변할까 얼른 케이스에서 꺼냈다. 순금 8돈이었다. 사백이 넘는 돈이 된다니 깜짝 놀랐다. 거기에 오백만원을 채워 동창회 통장에 입금시켰다.

세상에는 꽃과 같은 친구, 저울과 같은 친구, 산과 같은 친구, 땅과 같은 친구가 있다지만 내게는 우리 동창 친구들이 바로 땅과 같은 존재들이다. 땅은 모든 생명을 키운다. 그들이 있어 내가 기쁘고 감사하게 살아갈 수 있었고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한 우정은 금메달보다 더 값지다. 서로의 가슴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어 험한 세상에 쉼터가 되어줄 것이다. 부디 땅과 같은 친구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하고 싶은 소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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