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위험신호가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실물경기에서 전해오고 있었다.
이같은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됐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대에 머물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 전망과 함께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가 6년2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대내외 충격으로 성장 정체가 현실화한 가운데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4일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상반기 0.3%, 하반기 1.3%)로 낮췄다. 현재까지 정부 기관이나 국책 연구기관이 제시한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이자, 첫 0%대 전망이다. 지난 2월 발표했던 전망치가 1.6%였으니 석 달 새 절반 수준으로 내린 셈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특성상 경제전망에서 민간기관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던 KDI가 석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반 토막 낸 것은 충격적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속속 내리고 있지만 국내 연구기관 중 0%대 전망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올 성장률 전망치를 1.8%, 한국은행은 1.5%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침체 지속과 미국 관세 타격을 반영해 조만간 낮출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가 올해 0.8% 성장한다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타격으로 마이너스(-) 0.7%를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왔지만, 현 국면은 복합위기의 특성을 보여 해법이 쉽지 않다. 우리 경제는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미국 관세 충격에 따른 수출 부진, 구조적 요인에 따른 성장잠재력 침체 등 대내외, 장단기 요인이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으로 몰아닥친 형국이다. 금융시장에선 환율과 주가, 금리가 수시로 급등락하고, 수출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더구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정책을 주도할 정부의 사령탑마저 공석이니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요인이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내달 초 대통령 선거 후 출범할 차기 정부는 이런 경기의 급하강 국면 속에서 첫발을 내딛게 된다. 과거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의 한파 속에서 출범했고 이명박 정부는 첫해부터 금융위기라는 태풍에 직면했지만 차기 정부도 과거 위기에 못지않게 팍팍한 경제 여건 속에서 키를 잡고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한다. 얼어붙은 투자·소비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하고 한 달 안에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매듭짓고 수출을 회복시켜야 한다. 저출생 고령화의 인구문제, AI 등 첨단기술 개발, 성장 잠재력 확충 등 굵직한 중장기 과제도 산적하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저마다 경제를 회생시킬 적임자를 자처하며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저게 될까'를 넘어 '저래도 되나' 싶은 공약이 한둘이 아닌 데 무슨 돈으로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인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유권자를 현혹할 포퓰리즘 공약, 인기 영합 공약만 보일 뿐 국가 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전략과 비전을 말하는 후보는 보이질 않는다. 차기 정부가 경기회복과 중장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비상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하는 경제가 우리의 '뉴노멀'(New Normal)이 될지도 모른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5.05.1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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