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최근 사카린이 가장 위험한 항생제 다제내성균(MDR, Multi-Drug Resistant bacteria)에 강력한 항균 활성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과거 발암물질이라는 누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독성병리학자로서 수많은 발암성 평가와 식품안전 연구를 수행해온 필자로서는 이 같은 과학적 반전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 기절초풍할 단맛을 지닌 사카린을 함유한 뉴슈가, 당원과 이로 만든 아이스케끼, 냉차는 동심을 달래주는 추억의 간식이었다.
사카린은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이 톨루엔 유도체에서 합성한 세계 최초의 인공감미료로, 설탕 대비 300~500배의 단맛을 지닌다. 특히 흡수 및 대사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에너지 제로로 단맛을 제공하여 당뇨병, 비만 등 대사질환 환자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1977년 캐나다 국립보건방어연구소의 발암성시험 결과, 발암 가능 물질로 낙인찍히며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제한되었다. 시험 결과에서 수컷 흰쥐 14마리에서 방광 종양이 관찰되었으나, 이는 사람 일일허용섭취량(ADI)의 500배(하루 다이어트 음료 800캔)에 해당하는 무리한 용량을 2년간 지속 투여한 결과였다. 더욱이 쥐의 높은 요 pH, 단백질 및 인산칼슘 농도와 사카린이 결합해 생성된 결정체가 방광 점막을 기계적으로 자극한 것이 종양 유발의 주원인이었음이 이후 분석에서 밝혀졌다. 이 같은 발암 기전은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실험 결과는 오랫동안 사카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남겼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WHO, IARC(국제암연구소), 미국 NTP(독성프로그램), FDA 등의 재검토를 통해 사카린의 30년에 걸친 발암 논쟁은 종식되었다. 현재 사카린은 어린이 기호식품에까지 사용되는 GRAS 등급의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분류되어 있다.
설탕은 열량 g당 4kcal, 당지수 70이지만, 사카린은 열량 0kcal, 당지수 0이기에 혈당상승이 없고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체외로 배출된다. 따라서 당뇨환자 및 체중 조절이 필요한 비만군에 적합하여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권장 감미료로 추천하고 있다. 특히 고온 안정성(250℃ 이상 유지) 또한 커피, 제빵, 가공식품 등 다양한 공정에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이다. 사카린은 커피, 카페인, 녹차와 같은 수준의 발암 판단 근거가 부족한 3군 발암물질이지만, 아스파탐은 170℃에서 단맛이 손실되고, 최근 IARC에서 2B군 발암물질로 분류되었다.
김치류 발효식품에서 사카린은 장내 미생물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설탕 대비 발효 속도를 늦추고 아삭아삭한 조직감 유지가 가능하고 유산균 성장에 직접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관능적 품질 보존에 유리하다. 사카린은 설탕 1/30 가격의 설탕 대체재로서 치아 건강 건강에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 완화, 항암 효과도 보고되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는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사카린의 효과이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471만 명으로, 공중보건의 주요 위협 요소 중 하나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브루넬대학교 연구진은 사카린이 그람음성 다제내성균에 대해 직접적인 세포사멸 효과를 나타내며, 기존 항생제의 감수성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사카린은 단순한 감미료를 넘어 새로운 항균 전략의 후보물질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과거의 부정적 언론 보도와 잘못된 과학적 정보로 인해 사카린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왜곡되어 있다. 사카린을 포함한 무(깍두기), 소주 등이 불량식품으로 분류되었던 시절의 오해가 여전히 사회적 인식에 잔존한다.
사카린은 저비용, 고효율, 무독성, 제로칼로리라는 특성을 갖춘 감미료로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설탕과 아스파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제 사카린을 단순 감미료 아닌 건강기능성과 생물학적 활성을 갖춘 다기능성 물질로 재평가해야 한다. 향후 사카린이 항생제 대체물질로 자리잡고, ‘식품첨가물의 제왕’으로서 과학적 명예를 회복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