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담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공직에 있다 보면 ‘청렴’이라는 단어를 정말 자주 듣는다. 교육에서도, 회의에서도 빠지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이 말이 뭘 뜻하는 건지, 때때로 잘 안 보일 때가 있다. 문서 하나 넘길 때, 전화 한 통 받을 때, 작은 판단 하나에도 ‘청렴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정작 그 기준이 흐릿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청렴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만 매달리다 보면, 진짜 중요한 건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청렴은 단순히 ‘뭔가를 받지 않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청렴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선을 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띄는 행동 하나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의 작은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걸 실무를 하면서 자주 느낀다. 그런 선택 하나하나가 쌓여서 결국 ‘신뢰’라는 자산이 만들어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공정함도 청렴과 맞닿아 있다. 보건소에서 같은 민원을 대할 때 누구에겐 좀 더 친절하고, 누구에겐 무심하게 응대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바쁘고 정신없는 날엔 의도치 않게 실수도 생기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행정은 불공정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결국 우리는 더 조심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청렴은 그런 실수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태도이자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조금씩 다듬고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제대로 처리했는가?’, ‘내가 설명을 제대로 한 건가?’ 이런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기준이 생기고, 그 기준이 내 업무 전반을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기준이 뚜렷하면 상황이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게 결국 공직자의 중심이자 기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행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부분의 행정 기록은 남고, 공개도 쉬워졌다.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려는 청렴은 오히려 쉽게 들통난다. 보여주기식 청렴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건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청렴’이다. 바깥 시선보다, 스스로 떳떳하다고 느낄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청렴은 결국 ‘어떻게 일했는가’보다, ‘어떻게 일하려고 했는가’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조용히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결국 더 신뢰를 얻는 이유도 거기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업무 속에서 원칙을 지키고,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청렴의 본질이라면, 그것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공직자로서 청렴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왜 중요한지, 매일의 일과 속에서 더 자주, 더 깊이 실감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판단을 하고, 누가 보지 않아도 똑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청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작은 실천이 쌓여 진짜 신뢰가 된다는 걸 알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