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시인
유리처럼 깨어지기 쉬우며 상처를 잘 받는 마음을 유리멘털(琉璃mental)이라고 부른다. 예민한 체질로 이러할 수도 있지만 튼튼한 몸과 강한 멘털의 소유자라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이 되면서 불안의 감정은 쌓이기 마련이며, 심하면 우울해지기도 하는 일은 현대인의 삶과 동반한 지 오래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치와 성과 결과가 가져올 불안으로 우리는 쉽게 무력해진다.
닉 트렌턴은 저서 <가짜 불안>(갤리온)에서 말했다. "사람들은 불편한 감정을 나쁘게 본다. 하지만 의외로 감정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면 유용해진다. '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없고 그 자체로 하나의 '정보'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불안을 없앨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을 쏟아낼 수 있는 글쓰기를 추천했다. 저널 치료사인 캐슬린 애덤스도 <나를 돌보는 글쓰기> (들녘)에서 글쓰기를 권장했다. 저자는 “저널 쓰기와 저널 치료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명료함’을 찾고, 꾸준히 ‘자아 성찰’을 하는 것”이라면서, 어떤 상황 속에서든지 짧더라도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했다.
개인이 인내심을 갖고 꾸준한 글쓰기가 자신을 찾는 작업이며, 마치 명상처럼 ‘치유,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을 쓰는 작가, 시인들은 우울증을 겪는 일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내밀한 마음을 글로 풀어내면서 부정적인 감정인 불안과 우울이 소진되는 원리다.
이서화 시인은 작품 <흔들리는 일>(시집 낮달이 허락도 없이, 시작 시인선, 2019년)에서 "그래서 속수무책이라는 말을 / 흔들리는 이빨이 지긋이 / 깨물어 보는 것이다", 작품 <굴절>(시집 굴절을 읽다, 시로여는세상, 2016년)에서는 "겹쳐진다는 것, 한 공간에서 서로 어울리는 일이다"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원치 않은, 수많은 감정적인 굴곡을 겪기 마련이다. 누구든지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며 원하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시인의 말처럼 지긋이 깨물어 눌러도 보고 겹쳐, 어울려도 보게 된다. 어느 정도의 인내와 타협도 필요할 것이다. 이는 다른 작업을 통해서도 저절로 해소될 수 있는 일이다. 불안감이 찾아오면 이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본다.
시인이 언급한 '지긋이'와 '겹침'에서 해법을 사유해 본다.특수한 공정을 거쳐 유리를 올챙이 형태로 만들면 강해진 강도로 인하여 총에서 발사한 실탄이 유리를 부수기는커녕 실탄이 부서지게 된다. 쉽게 깨어질 거 같은 유리가 어찌 탄환을 부서지게 만든단 말인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현탁액인 우블렉(Oobleck) 같은 경우 조심스레 만지면 액체 상태를 유지하지만 세게 두드리면 금세 딱딱하게 굳어 사람이 걸어 다녀도 될 정도의 고강도를 유지한다. 믿기 어렵지만 많은 실험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불안감에 휩싸이더라도 이로부터 벗어날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생활의 무수한 계기와 문득 융기하는 감정의 굴곡에서 불안을 가져오는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해 나가면서, 인간이 가진 지성으로 현명한 조절과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단단한 멘털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사람을 도우면서, 주변을 돕기도 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무척이나 강한 존재임을 다시 선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