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충북도 정원문화팀장

▲ 권도형 충북도 정원문화팀장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연과의 연결을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면, 작은 화분 하나, 베란다의 초록 식물, 골목길의 꽃나무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은 위로를 주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정원은 더 이상 대저택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생활 공간 어디에서나 정원의 향기를 피울 수 있는 시대이다.
정원은 단순히 식물을 심고 가꾸는 공간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장이다. 아침에 커튼을 열고 초록빛을 마주하는 순간, 흙을 만지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감각, 피어난 꽃을 통해 자연의 언어를 읽는 경험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최근엔 ‘생활 속 정원’이 주목받고 있다. 베란다, 옥상, 주방 창가, 심지어 실내 공간까지-우리의 일상 공간 어디든 작은 정원이 될 수 있다. 굳이 마당이 없어도 괜찮다. 도시의 콘크리트 속에서도 자연을 끌어들일 수 있고, 그 안에서 삶의 여유와 균형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꽃이 피기까지의 기다림, 가지를 치고 물을 주며 관찰하는 시간은 인내와 책임감을 길러준다. 자라나는 식물의 생명력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사한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는 과정은 생명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하게 하며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
충북도에서도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원박람회 개최, 야생화 정원 조성, 생활정원 확대는 물론, 정원 관련 전문 교육기관인 정원교육센터 운영 등을 통해 도민들이 정원을 직접 체험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충북 전역을 하나의 정원으로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자연정원, 충북’을 선언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힐링 중심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공공의 지원에 개인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질 때, 정원문화가 진정으로 일상 속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꽃과 나무와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 바쁜 하루 중 단 5분이라도 식물과 눈을 맞추고, 물을 주며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것이 바로 ‘생활 속 정원’의 시작이다. 우리 모두의 삶에 작고 소박한 정원이 깃들기를 바라며,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일상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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