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 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오랜만에 둘러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스승의 날, 의예과 2학년 학부강의를 한 시간 앞두고서였다. 스승의 날을 맞아 초대된 이날, 기생충학 주임교수의 점심 메뉴 의사 타진에 나는 오랜만에 도시락을 함께 들자 하였다. 식사 중 이어진 대화에서 그와 그의 제자들에게 한번 물어 보았다. 스승의 날은 왜 5월 15 일인 것 인가고? 

스승의 날 5월 15일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제자보다는 모르는 제자가 그 자리에 더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많이 이상할 것은 없었다. 우리 국민의 4분의 3은 이 특별한 날의 연결고리를 잘 모르고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도 있기 때문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올 2025년 4월 말 5월 초 전국 1,0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3%가 "스승의 날이 세종대왕 탄신일이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의 인지율이 31.5%로 가장 높았고, 10대의 인지율은 16.7%로 가장 낮았다.

중간쯤 되는 20~30대의 인식률은 평균 22.6%이었다. 실은 오래전부터 세종대왕 탄신일이 스승의 날이기는 하였지만 탄신일 자체가 공식적인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2024년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기념일 등에 관한 개정안이 의결되면서였는데 응답자의 78.7%가 아직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로써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인 것은 물론 이려니와 이제는 이 날이 정식으로 국가기념일이 된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것이어서 그의 애민정신·자주정신·실용정신을 계승하는 의미의 공식적인 법정기념일이 된 것이다. 교권 확립과 스승 존경의 사회적 풍토 조성을 목적으로 한 스승의 날은 일찍이 1965년에 제정, 1982년 법정기념일로 승격된 바 있다. 

세종대왕은 단순한 군주가 아니라, ‘스승’의 상징이다. 그는 훈민정음을 창제해 백성 모두가 지식에 다가갈 수 있도록 했고, 농사직설·측우기·해시계 등 실용적 학문과 과학기술을 장려했다. 세종의 애민정신과 교육 철학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세종대왕의 스승 됨은 단지 지식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백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모두의 스승’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세종대왕의 이름 아래, 교권 존중과 교육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세종대왕은 곧 겨레의 스승인 것이다. 

현재 스승의 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나라는 전 세계 100개국이 넘는다. 유네스코가 매년 10월 5일을 ‘세계 스승의 날’로 1994년에 지정한 이후, 이 날을 그냥 따르는 나라도 많다. 우리나라처럼 별도의 날짜를 정하여 기념하는 나라도 있는 반면.

미국(5월 첫째 화요일), 중국(9월 10일), 인도(9월 5일), 태국(1월 16일), 베트남(11월 20일), 러시아(10월 5일), 영국·독일(10월 5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서로 다른 날을 스승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각국의 전통에 따라 날짜와 기념 방식은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정확히 5월 15일에 맞춰 이를 기념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 멕시코가 있다. 멕시코는 “Día del Maestro“로 지정하여, 이날 학교에서는 정상 수업을 하는 대신 교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이야기를 되돌려서, 국립대의 석좌연구원 또는 연구석좌교수는 국립대학교에서 탁월한 학술적·연구적 업적을 가진 인사에게 부여하는 특별한 직위이다. 이 제도는 정년을 앞두거나 이미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교수 중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였거나 앞으로의 업적이 기대되는 인물을 선정하여 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립대의 이 특별한 석좌직으로 인하여 필자는 정년퇴임 후에도 학부 강의를 계속 할 수 있었고, 그간 “국제개발 협력과 보건의료” 과목을 전공필수로 개설한 당사자로서 강의를 지속해 왔다. 그것은 UN 지속가능발전목표 SDG 3번-건강한 삶을 위한 봉사의 정신 고양을 교육하기 위해 필자가 전국 최초로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에 개설한 교과목 이었다. 

스승의 날, 세종대왕의 교육 철학이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기를 바라며, 부디 모든 스승과 제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아름다운 교육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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