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119특수대응단 류재중 소방장

▲ 류재중 소방장

'1, 29, 300' 이 숫자는 구조대원인 우리에게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이는 하인리히 법칙이 말하는 경고의 숫자다. 즉, 1건의 중대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그 이면에는 무려 300건의 사소한 이상 징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구조대 업무는 언제나 위험과 맞닿아 있다. 붕괴된 건물, 밀폐된 공간, 빠르게 번지는 화재 속에서 우리는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사소해 보이는 실수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구조 장비의 미세한 결함, 팀 간 의사소통의 일시적인 혼선, 개인보호장비 착용의 소홀함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던’ 순간들이 누적될 경우,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우리에게 단순히 통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 깊은 관찰’과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다. 우리가 구조 현장에 나가기 전 장비를 꼼꼼히 확인하고, 팀원들과 사전 브리핑을 철저히 하는 것도, 결국 이 법칙에 기반한 예방 중심의 안전 문화를 실천하는 것이다.

또 작은 사고나 아찔한 순간이 발생했을 때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공유하고 학습하는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대사고 예방’인 것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방심은 어느새 큰 위험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더더욱, 작은 신호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은 실수 하나도 철저히 되짚어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큰 사고는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고.

오늘도 우리는 출동 준비를 한다. 그 순간에도 나는 하인리히 법칙이 말하는 그 ‘300번의 기회’를 결코 놓쳐선 안 된다고 한번 더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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