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노동자들에게 대표적인 ‘불평등’을 꼽으라면 남들 다 노는데 잘 놀기 어렵고, 남들 다 투표 하는데 그걸 못하는 괴로움일 것이다.
그 중에 특히 ‘이번만은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자’하는 순수한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참정권 불평등’은 각종 선거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참정권 행사가 하찮거나 그저 그런 보통의 일인가. 헌법적 기본권한 행사이자 민주주의 국민이 갖는 너무나 소중한 의사표현 방식이다.
그런데 이번 6.3 대통령선거때도 역시 이들은 투표가 어려운 모양이다.
선거일에도 일터에서 업무를 봐야 하는 마트 노동자, 건설노동자, 배달과 같은 플랫폼 노동자, 골프장 캐디,, 돌봄과 과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업계의 고충도 이해는 한다. 예를 들어 택배노동자가 이날 투표를 하려면 분류인력 추가 투입과 그 비용의 택배사 부담, 야간배송 중단 및 지연배송 허용 등이 필요하다. 이 모든걸 업체가 부담(감당)해야 가능한 일인데 영업손실이 뻔한 이것을 무조건 인정하라고 하기는 어려울수 있다.
선거 뿐만 아니라 남들 다 노는 날일수록 영업이익이 높은 소위 '빨간날'이 서비스업에서는 영업 대목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목을 그냥 허비할수 없으니 이런 날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기업이나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해 노동자들이 점심시간, 혹은 사전투표 시간에 잠깐 짬을 내어 다녀오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왜 자기시간은 희생하지 않고 기업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느냐고 묻는다.
이것도 틀린말은 아니지만 넓게 보면 ‘틀린’ 말이다. 하루하루 벌어먹기 힘든 특수직 노동자들이 그나마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휴식시간에 ‘무슨 나라를 구하겠다고’ 기어이 피곤함을 무릅쓰고 현장에 달려가 투표를 하고 오겠는가. ‘앓느니 죽지’ ‘안하고 말지’ ‘남들이 다 알아서 해주는데’ 하며 투표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계속돼온 이 문제를 여전히 기업 이익만 내세워 ‘불가’를 외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기업들에게 돌이킬수 없는 손실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투표일은 과감하게 하루 쉬게 해주는게 맞다.
여기서 전제돼야 하는 중요한 인식은 ‘국민의 참정권, 자사 직원들이 누려야 할 소중한 투표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신성한 권리이자 기업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자세다.
요즘은 기업의 ‘ESG 가치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실천도 중요하게 보는 추세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기업 지배 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약어인데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비재무적 또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평가 항목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모은 것이다.
과거 재무적 지표로만 기업을 평가하는 전통과는 달리 기업의 무형의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추세인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또는 약간의 손실이 생기는 것을 투표일에는 ‘손실로 보지 않는’ 마인드로 노동자들에게 투표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바로 ‘ESG 가치경영’의 실천일수 있다.
기업들의 적극적이고 열린 마인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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