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우 2025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조직위 홍보부장

▲ 김창우 2025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조직위 홍보부장

지난해 8월 말,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조직위원회로 발령받으며 제천과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됐다. 출장길에 몇 번 스쳐 지나간 적은 있었지만, 이곳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사실에 설렘과 긴장, 알 수 없는 기대가 교차했다. 그러나 제천은 따뜻한 품으로 이방인을 맞이해 줬고, 어느덧 아홉 달이 흘렀다. 이 시간 동안 나는 제천의 맛과 멋, 그리고 사람들의 진심을 통해 이 도시가 지닌 깊은 매력을 차곡차곡 발견해 나갔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맛’이다. 제천은 미식 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골목마다 숨어 있는 오래된 식당, 건강한 재료로 정성껏 차린 한방 음식, 향토색 짙은 전통 요리까지. 이곳의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 사람의 정성이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이다. 도시 곳곳을 누비며 느낀 미식의 즐거움은 제천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관광지로서의 제천 또한 매력적이다. 지난해 1113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제천은 명실상부한 충북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청풍호반을 달리는 케이블카, 고즈넉한 의림지, 박달재 숲길과 옥순봉 출렁다리, 평화로운 베론성지까지. 제천의 자연은 그 자체로 치유의 힘을 지녔으며, 천천히 머무를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제천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시민들이다. 엑스포를 준비하며 만난 시민들의 미소와 응원, 지역에 대한 자부심은 내게 큰 울림을 줬다. 때로는 투박한 말투 속에도 ‘츤데레’ 같은 따뜻함과 진심이 묻어나며, 제천을 사랑하고 미래를 함께 만들려는 그 열정은 엑스포 준비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제천은 의암 유인석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의병과 백성들이 나라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대한민국 의병운동의 발원지다. 제천의병전시관과 자양영당, 남산 일대에는 지금도 그 숭고한 정신이 살아 숨 쉬며, 공동체 정신은 오늘날 시민들의 태도와 도시 비전 속에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2025년 9월 20일부터 한 달간, 제천은 또 하나의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한다. 한방엑스포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5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는 한방과 천연물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국제적 행사다. 풍부한 자연, 미식, 역사, 그리고 시민의 열정이 어우러져 국내외 관람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제천은 오랜 시간 전략적으로 한방과 천연물 산업을 키워왔다. 전통과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프라와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재배부터 생산, 표준화, 인증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관련 산업단지에는 1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활발히 성장 중이며, 이번 엑스포는 그간의 성과와 비전을 널리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다. 천연물 산업의 메카로 도약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의병의 도시에서 천연물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는 제천. 나 역시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감에 기쁨과 자부심을 느낀다. 다가오는 가을, 제천을 찾는 많은 이들이 수려한 풍경과 다양한 지역 음식, 그리고 이곳에 깃든 의로움과 도전의 정서를 함께 느끼길 바란다. 내가 제천에서 만난 조용하지만 깊고 단단한 진심이 방문객들의 마음에도 닿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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