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충북대 간호대학장

저출산・고령화, 신종 감염병의 유행, 만성질환으로의 질병구조 변화, 환자 안전과 감염관리 등 의료의 질 제고, 의료비용의 적정화 등으로 보건의료서비스 환경은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이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면서, 간호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제 간호는 단순한 병상 돌봄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건강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핵심 보건의료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간호대학도 공학, 통계, 보건정책, 인문사회학을 아우르는 다학제 교육과 융합형 연구 환경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미 해외 주요 대학들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간호와 타 학문 간의 융합 교육과 연구를 활발히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펜실베이니아 간호대학은 간호학과 경영학, 의료윤리학, 법학, 보건학 등과의 이중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간호사의 통합적 사고력을 확장하고 있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는 VR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자율 학습 기반 간호교육을 운영하며 실무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융합 연구 사례로는, 콜럼비아대 간호대학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환자 조기경고시스템(CONCERN)이 있으며, 이는 간호기록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 악화를 조기에 감지하고 병원 내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버드의대 산하 브리엄여성병원에서는 낙상과 감염 등의 주요 지표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측하는 환자 안전 모델을 개발해 간호 중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 일본은 간호로봇 ‘AIREC’, 정서 교감 로봇 ‘Paro’를 활용한 로봇 기반 고령자 돌봄 모델을 통해 초고령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충북대 간호대학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감염병 대응 다학제 연구, 간호-정보과학 연계 연구 등을 통해 간호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바이오헬스, 의료기기, 의료로봇 분야 등과 연계한 융합형 간호 인재 양성과 산학연 협력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술은 간호사를 대체하지 못한다. 오히려 간호사의 반복적 업무를 기술이 보조해 간호사가 인간 중심의 돌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환자의 유전 정보, 병력, 생활습관 등을 바탕으로 최적의 간호를 제공하는 ‘맞춤형 간호’에서 AI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간호 교육은 기술 활용 능력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 융합적 사고력에 더해 윤리적 감수성 함양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간호는 이제 학문과 실천, 기술과 인간,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가교다. 충북대 간호대학은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간호의 융합을 통해 건강한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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