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원 시인, 시집 『나는 아직 넘치지 않았다』 출간

 

담벼락에 흰 칠을 했다

낙서를 지우려 페인트로 꼼꼼히 칠을 했다

어느 날부터인지 금이 가더니 수많은 자작나무를 피워냈다

한 그루 두 그루 숲을 이루었다

나무들이 낙서 속에서 나와 가지를 키웠다

아침에는 아침 햇살로 씻고

저녁에는 노을빛으로 세수를 했다

담벼락의 나무를 보려고 동네 사람들이 몰려

그림자가 우르르 몰렸다

나무들이 자란 후 없던 것이 생기고

생긴 것 위에 이야기가 생기고 이야기 위에 나무가 더 자라서

나무들의 장터가 생겼다

숲이 생겼다

숲에 아이들의 소문이 숨어있다

아이들이 더 몰려들어 담벼락에 낙서를 했고

숲이 더 무성해졌고

어른들이 와서 담벼락에 흰 칠을 한다

모든 것은 생겨나고 또한 사라졌다

장터처럼

숲처럼

-숲이 생겼다전문

 

김수원 시인
김수원 시인

 

김수원 시인의 시집 나는 아직 넘치지 않았다가 불교문예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로키산맥, 2부 편지의 계절, 3부 백야, 4부 바람이 지나가며 등으로 구성됐다.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는 김수원의 시는 일상의 사물과 잊힌 장면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 안에 깃든 슬픔과 소망, 생명과 공존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구체화한다. 이 시집은 그림자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는 일을 통해, 우리 각자가 자신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조용한 회복의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회복은 필기체처럼 흔들리고, 나뭇잎처럼 아득히 울린다라고 소개한다.

고명수(시인) 문학평론가는 김수원의 시는 삶의 현실에서 억압되거나 부정된 욕구들을 시적 상상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자아해방의 길을 탐구하고 있다. 동시에 인간의 숙명적 한계와 존재의 실상을 자각하고 그 현실을 견디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고 전한다.

김수원 시인은 강원도 영월 출생으로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2017불교문예로 시 등단, 2019한국시조문학으로 시조 등단했다.

시집 바람의 순례』 『나는 아직 넘치지 않았다외 동인지 다수가 있다.

참여문학상, 계간문예 상상탐구 작가상, 서로다독 작가상, 숲속의 시인상을 수상했다.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복지위원, 산림문학 편집위원, 불교문예작가회 부회장, 서로다독 부회장, 계간문예 이사, 인천시인협회 회원, 시산맥 정회원, 내항문학 회원, 중앙대학교문인회 회원, 여성시조협회 회원, 인천시조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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