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학생 집단 괴롭힘 사건이 충청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괴롭힘의 수법이나 잔혹성‧엽기적 행태에 사건을 바라보는 또래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전문가, 사법기관 관계자 너나 할 것 없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건 역대급’이라는 말로 표현할 정도다.
가학을 일삼아온 학생들의 잘못이야 이루 다 헤아릴수 없을뿐더러, 더욱 마음이 아픈건 피해 학생이 무려 4년동안 당해온 고통과 ‘공포’가 얼마나 컸을까 하는 점이다.
누군가 빨리 알았다면 그 고통의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 주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통해 다른 아이들처럼 꿈을 키우며 행복한 학창시절을 만끽했을 것이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모두 뺏긴채 두려움 속에서 밤낮을 지샜을 걸 생각하면...
이번 사건이 드러난 과정에서 학교측이 보여준 초기 부실대응의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피해 학생 A군의 사촌 형이 담임 교사에게 처음 이 사실을 알리며 보호‧분리조치를 요구한 날, 당시 담임은 증거가 없다며 분리조치를 하지 않고 피‧가해 학생 모두 이틀 후 출발하는 제주도 수학여행에 동행시켰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등에 따르면 신고를 접수한 학교는 해당 내용을 신고접수 대장에 기록하고 48시간 이내에 관할교육지원청 서면 보고해야 한다. 다만 이때 신고 초일과 공휴일은 시간 산입에서 빼도록 돼있다.
이번의 경우 최초 신고 시점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계산해도 화요일 오후까지는 교육청에 보고됐어야 한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며 수학여행을 강행한 담임교사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문제로 짚인다.
그 때 담임은 피해 당사자를 불러 사실관계를 직접 캐묻고 증거를 확보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실제 피해 학생의 핸드폰에서 잔혹하고 끔찍한 다량의 증거 사진과 동영상 등이 나온 것을 보면 담임의 태도와 처신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교사가 ‘휴일날 귀찮아서’ 조사를 게을리 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십상이다.
상급 관할기관인 청양교육지원청이 사건을 인지한 것이 사촌 형의 최초 신고 후 무려 5일만이라는 점에 말문이 막힌다.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 초4~고3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학폭 피해 유경험자가 2.1%나 됐다.
학교폭력을 막을 최선의 방안은 학교와 담당교사들이 꾸준하고도 지속적인 관심과 정기적인 개인면담을 통해 학생들의 행동·심리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특히 피해 학생이 발견되면 메뉴얼대로 즉시 조치를 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신속한 초기 대응을 위해 학교폭력을 ‘우선 출동 신고’로 지정하고 위기청소년 면담 관리와 폭력 서클, 가출팸, 보복 우려 사건 등을 데이터화 해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학폭은 청소년기 학교 안팎의 가장 큰 독버섯이자 암덩어리이다.
학폭에는 다른 어떤 잘못보다 훨씬 크고 강한 처벌이 필요하고, 가해자에게는 분명 엄정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인식을 갖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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