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충북도 법무혁신담당관 주무관
지구는 지금 뜨겁게 앓고 있다. 계절의 경계는 흐려지고,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일상이 됐으며, 자연은 더 자주, 더 격렬하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왔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온도가 높아지는 문제를 넘어선다. 극한기후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감염병의 확산 양상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 모기와 진드기와 같은 매개체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이는 말라리아, 뎅기열, 라임병 등의 감염병 확산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열대지방에서만 발생하던 질병들이 온대지역에서도 보고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가 새로운 전염병 출현의 위험을 높이고 있음을 우리에게 또렷이 보여줬다.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경계가 무너지며 인수공통감염병의 가능성은 커졌고, 전 세계가 이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위기로서의 감염병은 곧 기후위기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한편, 집중호우와 폭염도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 예기치 못한 물난리는 인프라를 마비시키고, 수인성 질병의 확산 위험을 키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심혈관질환, 열사병, 만성질환의 악화를 초래하며 특히 노약자와 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이다.
더욱이 기후위기는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다. 가뭄, 폭우, 해수면 상승은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병해충의 확산을 야기하며, 전 세계적으로 식량난과 물 부족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감염병과 함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중고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속해왔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해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탄소흡수와 재사용, 탄소순환을 포괄하는 적극적 전환이다. 하지만 법과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과 국가 모두의 실천이 병행돼야 한다.
시민은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에너지 절약,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로컬푸드 소비와 같은 저탄소 식생활 실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 등은 기후위기를 늦추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기후감수성을 높이고, 환경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 참여가 절실하다.
국가는 보다 강력한 법적 제도와 인프라를 통해 시민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감염병 대비 시스템 강화, 환경교육 확대, 녹색산업 육성, 공공부문의 선도적 기후행동은 필수적이다.
또한 재난 대응 매뉴얼을 기후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더 늦기 전에, 이 신호를 읽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생명을 지키는 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지금 우리의 선택이 미래 세대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변화는 거창한 계획보다, 모두의 연대와 실천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