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재 국가기상위성센터장
2025년 제1호 태풍 ‘우딥(WUTIP)’이 지난 11일 오전 9시 베트남 다낭 동쪽 약 580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태풍은 다른 기상현상과 달리 이름이 붙여져 있다. 그 이유는 한 지역에 태풍이 동시에 여러 개 발생하더라도 각 태풍의 정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딥’은 마카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나비를 의미하는데 처음 등장한 명칭이 아니다. 2019년 제2호 태풍의 이름도‘우딥’이었다. 이렇게 태풍의 이름은 중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태풍의 이름은 ‘태풍위원회’에 속한 한국, 북한, 중국, 미국 등 14개 회원국에서 각자 10개씩 제출한 140개에 차례를 붙여 순차적으로 사용하고,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하게 된다. 어떤 특정한 태풍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났거나 특별한 사유가 생기면 태풍 이름 목록에서 퇴출하고 새로운 이름을 추가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발생한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경주지역에 많은 피해가 발생해 퇴출을 요청한 바 있다.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중심기압이 주변 지역에 비해 매우 낮고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강력한 소용돌이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게 되면 바람이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이 발간한 ‘2024 한반도 영향태풍 분석보고서’를 보면 2024년에는 총 26개의 태풍이 발생해 평년(1991~2020년) 25.1개의 태풍과 비슷하게 발생하였고, 이 중 2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어 평년(3.4개)보다 적었다. 비록 영향을 주는 태풍의 개수는 적었지만 그 피해는 적지 않았다. ‘2024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태풍과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 5명, 실종 1명, 재산피해는 3893억 원 발생했다. 이러한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태풍 감시가 필요하다. 국가기상위성센터는 태풍의 생성, 이동 경로, 강도, 강풍반경 등 태풍감시를 위한 종합정보 생산의 바탕이 되는 천리안위성 2A호를 운영하는 기관이다.
천리안위성 2A호는 적도 상공 약 3만6000km 우주에서 지구와 같은 속도로 공전하면서 주야간을 불문하고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와 북태평양지역을 24시간 감시한다. 특히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면 태풍의 이동 예측 경로를 따라 집중관측하는 태풍 특별관측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태풍을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어 중심위치, 이동 경로, 비구름의 특성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별관측한 태풍 정보는 관측 후 약 4분 이내에 국가기상위성센터 누리집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하고 있다.
국가기상위성센터는 다양한 위성센서를 통해 태풍을 분석하여 예보생산과 재해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태풍을 분석할 때 주간에는 가시영상을, 야간에는 적외영상을 주로 사용한다. 가시영상은 태풍 구름 꼭대기의 질감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태풍 중심분석과 구름 구조를 분석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생성한 야간 가시영상을 태풍분석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위성분석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태풍을 분석하는 공통적인 통계 기법을 이용해 태풍의 중심기압과 강도를 분석하여 태풍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천리안위성 2A호뿐만 아니라 국제협력을 통해 유럽과 미국의 기상위성과 해양관측 위성자료도 활용해 태풍을 감시하고 분석한다.
우리나라가 제출한 태풍의 이름은 너구리, 개나리, 장미 등 보통 식물이나 동물이다. 순하고 약한 이미지로 태풍 이름을 정하는 건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국가기상위성센터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위험기상을 감시하고 태풍의 발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