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언 기상청장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기후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발표에 의하면 2023년 전지구 평년기온은 14.98℃로 산업화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바로 다음 해인 2024년에는 15.10℃로 1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상청의 ‘2024 연 기후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4.5℃로 전국에 관측망이 확대된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9월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연간 열대야 일수는 24.5일로 역대 1위, 폭염일수는 30.1일로 역대 2위에 올랐다.
매년 반복되며 심해지는 폭염은 우리에게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으며, 단순히 불편함을 주는 더위를 넘어 삶을 위협하는 기후재난이 됐다. 다만 폭염에 모든 사람이 똑같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데, 같은 날씨라도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 어린이 등 건강 취약계층과 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야외근로자에게 폭염은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폭염이 사람들과 사회 각 분야에 끼치는 영향과 위험 수준이 달라 기상청은 국민들이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기온 예보를 넘어 ‘폭염 영향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관심–주의–경고–위험 4단계로 위험 수준을 알려주고,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대응요령을 보건, 산업, 축산업, 농업, 수산양식, 기타(교통, 화재, 정전)의 분야별로 제공한다.
정보는 활용될 때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폭염 영향예보도 마찬가지로, 유용하지만 정작 그 정보가 필요한 이들에게 닿지 못한다면 효용 가치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노인들을 위한 폭염 영향예보는 날씨누리를 비롯하여 스마트 마을방송 시스템을 통한 음성서비스, 취약계층 관리자 대상 문자서비스 등 다양한 경로로 제공돼 왔지만, 노인들은 바쁜 일상을 보내며 이를 쉽게 넘기고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노인들이 절대 놓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녀들의 전화일 것이다. 기상청은 이 점에 주목하여 2022년부터 노인들에게 영향예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자녀들의 안부 전화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의 이름은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로, 부산과 광주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됐다. 지난해 노인 만족도가 95% 이상으로 조사됐고, 서비스 대상자 중 온열질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아 피해 경감 효과가 확인됐다. 이에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해 시범 운영하고자,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사는 전국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대상자를 모집했다. 관심 지역에 피해가 우려되는 수준의 폭염이 예상돼 보건 분야 폭염 영향예보가 주의 단계 이상이 발표되면, 기상청에서는 폭염 영향예보와 대응요령을 자녀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발송한다. 메시지를 받은 자녀들은 부모님께 안부 전화로 폭염 기상정보와 대응요령을 전달해 부모님을 무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서비스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돌봄과 보호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여름,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가 폭염으로부터 전국 노인들의 건강을 지켜 주고, 따뜻한 안부 전화가 가족 간의 사랑도 두텁게 해 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했더라도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에서 영향예보를 확인할 수 있고, 특히 날씨알리미 앱에서는 관심 지역을 설정해 두면 영향예보를 푸시 알림으로 빠르게 받아 볼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활용을 권한다.
앞으로도 기상청은 국민이 기상현상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폭염 영향예보를 비롯하여 실생활에서 유용한 기상정보와 정확한 예보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영향예보와 최신 기상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해 올여름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