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

▲ 유영상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 탄소중립 전환, 우주·양자 기술 경쟁 등으로 과학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면전에 돌입했다. 신소재, 바이오, 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은 전략 산업 분야에서 초정밀 분석 인프라를 확보한 국가만이 미래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오창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 구축은 시기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방사광가속기는 단순한 실험 장비가 아니라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 이차전지 소재 혁신, 신약 발굴, 기초과학 난제 해결 등 산업과 학계 전반에서 요구되는 초정밀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 기술 생태계의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이 가속기를 중심으로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가칭: K-싱크로트론 밸리)를 조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 전략산업, 기업 전용, 의생명 분야의 빔라인 구축을 포함해 의생명·신소재·제약 기술을 결합한 ‘싱크로메디텍 콤플렉스’, 글로벌 양자 하이브리딩 클러스터, 국가 AI 컴퓨팅센터, 사이언스 빌리지, 정주여건 확보 등이다.
이 사업이 완성되면 오창은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AI, 양자기술이 융합되는 과학 혁신 생태계로 도약할 것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퀀텀 이니셔티브’에 대응하는 양자산업 전용 빔라인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IBM, 구글, 화웨이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암호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국내 기술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투자가 절실하다.
여기에 SK하이닉스, DB하이텍, 셀트리온 등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기업전용 빔라인과 전략산업 및 의생명 연구용 빔라인까지 구축되면,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에게도 첨단 분석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질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밑그림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행정·재정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원스톱 거버넌스’ 구축은 물론, 과학특구 지정, 연구 생태계 확충 및 기업 전용 빔라인에 대한 운영·관리 지원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연구 기반시설이 집적된 특화 구역을 조성해 국내외 기업·연구자들이 모두 모이고 정착할 수 있는 실질적 연구·생활 환경까지 보장해야 한다.
방사광가속기 한 대의 파급력은 일자리 창출에서 핵심기술 확보까지 수조 원대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미국 브루클헤이븐, 독일 DESY, 일본 스프링-8 등 해외 사례는 이를 입증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와 인접한 청주 오창은 국내외 연구자와 기업이 협력하기에 최적의 입지다. 정부와 충북도가 협력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별로 이 계획을 실행해 나간다면, 오창은 단순한 지방 연구 인프라를 넘어 세계적 첨단 과학기술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다.
이제 정치권과 산업계, 국민이 한목소리로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오창에서 쏘아올린 방사광이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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