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이겨야 한다. 이기려고 하다보니 싸움이 벌어진거고, 기왕지사 싸움이 붙었으니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싸움에는 필연적으로 대가가 따른다. 이겼다 해도 그 과정에서 씻을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수 있는게 가장 우려되는 결과다. '상처뿐인 승리'라는 말도 그래서 있는 거다.
그 다음의 문제는 개인간의 주먹다짐일 경우 폭행죄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절대 피할수 없는 사회 시스템이다.
그럼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싸우지 않는 것이다. 다칠 일도 없고 형사처벌 받을 일도 없으니 원천적으로 행복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주먹질을 해 오면 도리가 없이 싸워야 한다. 그래서 최상의 승리 방정식은 ‘싸울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 논리를 국가 사회 안전, 국방, 특히 초긴장 상태로 대치중인 우리 남북의 문제로 치환해 보자. 여기서 싸움은 '전쟁'이다.
전쟁은 2등이 없다.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이므로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러나 전쟁은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든다. 이겨도 국토가 석기시대로 돌아가는 수준의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전쟁이 나지 않게 관리하고, 애초부터 그 원인의 싹부터 잘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빠르게 해결한 정책 중 하나가 탈북자와 납북자 가족들이 북측에 전단(삐라 풍선)을 날리는 행위를 막고,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한 것이다.
그러자 모든 접경지에서 대남방송이 사라져 그 덕분에 몇년간 잠도 못자며 고통 받던 인근 마을 주민들이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는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각종 기괴한 시끄러운 소리를 동원해 대남 방송을 키우는 식으로 맞대응 했다. 북한은 오물 풍선 도발을 하면서 남측 민간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와 이를 막지 않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왔나. 그리고 남북간 긴장관계는 얼마나 심해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자녀들을 위해 한 엄마가 무릎을 꿇었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인천 강화군에서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뒀다는 한 참고인은 "성장기 아이들이 잠 못 자고 힘들어 하는 게 가슴이 아프다"며 국감장 바닥에 무릎 꿇고 도움을 호소했다. 제발 북한에 전단이나 쌀 등을 못 보내게 해달라고.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해 달라고.
이제 그런 악순환 고리를 끊는 조치들이 선제적으로 취해졌으니 남북의 긴장 완화를 기대해 본다. 북한이 호응해 남북 간 '접경지 심리전'이 휴전 상태에 들어간 모양새이니 앞으로 어떤 더 좋은 징후를 기대해 본다.
특히 남북간 대치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우리에게 고비용 구조를 형성하고 국방비 증액 등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싸우지 않고, 싸울 일 자체를 만들지 않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 최선의 안보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적 공존을 모색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군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리의 노력과 북한의 화답이 서로간 진정성을 갖고 이 상태가 오래 지속돼 평화의 물결이 일렁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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