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현 오스테리아 문 대표
이탈리아 정통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사전 지식이 없으면 항상 긴장이 된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와인은 어떻게 어느 것으로 주문할지, 혹은 내 행동이 매너에 어긋나지는 않은지 등등.
우선 나의 추천은 세련된 차림새와 밝은 얼굴로 그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부터 시작이라 생각한다. 그럼 그들도 긴장이 풀려 당신을 편하게 더 친근하게 서비스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요리는 중세시대 14세기부터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꽃을 피워서 현재의 이탈리아만의 코스요리가 만들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양학적으로도 잘 계획된 식사구성을 한번쯤 멋지게 경험해보는 것도 인생의 큰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정찬 코스는 4가지 요리를 즐기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1. ANTIPASI: 안티파스티 전채요리다. 기본적으로 야채와 신선한 치즈요리, 소금에 절여 숙성한 냉육(SALAMI)이나 얇게 저민 생선회를 시트러스 과일과 올리브오일, 소금으로 간해서 먹는 까르파치오 등이 있다. 기포가 있는 스푸만테 와인과 향긋하고 가벼운 음식으로 입맛을 돋우면서 식사의 시작을 알린다. 통상 안티파스티 전에 빵이 서브가 되는데 이탈리아에는 ‘식전 빵’이란 개념이 없다. 굳이 표현한다면 우리나라 음식에서 반찬과 국을 밥과 함께 즐기듯이 디저트를 제외한 모든 음식들과 빵을 조금씩 손으로 뜯어서 맛보길 추천한다.
2. PRIMI PIATTI: 첫 번 접시라는 뜻의 이 메뉴에는 탄수화물 먼저 서브가 된다. 우리가 잘 아는 파스타와 리소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든 요리를 식탁에 다 깔아놓고 먹지 않는다. 한 접시 안에 있는 음식의 맛을 음미한 후 페어링된 와인으로 입을 정리하고 다음 요리로 진행이 된다. 파스타를 먹을 때는 포크에 돌돌 말릴 정도의 양으로 소리 없이 입에 넣고 맛보며 남은 소스는 Scarpetta(빵으로 소스를 닦아 먹는 행위)를 하여 마무리한다. 매 코스마다 서버가 접시를 치워주고 커틀러리를 바꿔주며 “Tutto Bene?”(뚜또베네. 다 괜찮습니까?)라고 물어볼 것이다. 그럴 때는 웃으며 “Tutto Bene!”라고 답해주면 분위기는 더 좋아질 것이다.
3. SECONDI PIATTI: 두 번째 접시에는 단백질 요리가 서브 된다. 보통 육류, 조류, 생선이나 연체동물 등으로 요리하며 코스에 따라 취향별로 고를 수 있는 레스토랑도 많다. 이탈리아 메인 요리들은 재료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려 최소한의 조리를 하는 것을 추구하며 소스 역시 적당하고 무겁지 않은 게 특징이다.
고급 레스토랑의 경우 메인요리가 끝나고 FORMAGGIO(치즈) 코스가 따로 있다. 숙성된 치즈를 먹음으로 소화를 돕고 또 남은 와인과 함께 여운을 즐기기 위한 코스로 꼭 치즈와 함께하는 빵이 서브 된다.
4. DOLCE: 디저트 순서이다. 디저트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중요한 식사의 마무리로 소화를 돕고 입안을 상쾌하게 하는 요리이다. 앞 코스에는 설탕이나 당류 사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디저트는 더 달콤하다. 우리나라에선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지만 이탈리아 스타일은 디저트를 먼저 즐기고 그 후에 그라빠나 아마로 같이 30도가 넘는 식후주나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신다.
이탈리아의 요리들은 천천히 음미하며 와인과 함께하는 기승전결이 있는 음식이다. 또한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사 시간은 음식을 즐기는 것 외에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함께하는 것을 의미한다. 살면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