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연구와 자료 수집으로 백제를 재현해 놓은 공간 / “1400년 시간을 뛰어넘는 백제인과 소통의 장”
백제 역사 전문 박물관이 부여에 있다. 100만평에 조성된 백제문화단지 내 위치한 ‘백제역사문화관(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은 백제문화를 속속들이 볼 수 있는 전시실과 아이들의 체험 공간이 겸비돼 있다. 내년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2층은 특별전 준비가 한창이었다. 공주, 부여, 익산에 퍼져 있는 백제 역사 유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할 예정이라는데 기대가 됐다.
입구로 들어서자 “궁궐을 새로 지었는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롭지 않게 했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는 김부식이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백제 온조왕의 궁궐 건축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저자는 이를 ‘한국 전통의 미학’이라고 소개했다.
첫 코스는 건립기념관으로 백제문화단지를 조성하는 6000여 일의 여정이 소개되고 있다. 설계부터 사용했던 기구들이 보인다. 사비궁을 축소해 놓은 건축물은 정교했다. 백제시대 목탑을 복원해 재현한 능사5층목탑 축소모형의 디테일 또한 놀라웠다.
1전시실 백제로를 따라가니 백제의 탄생부터 멸망까지의 역사를 담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전시된 토기를 통해 백제인들의 생활양식을 상상할 수 있었는데 특히 옹관묘에 그래픽을 사용해 시신을 재현해 놓은 점은 압권이었다. 건설 영상이나 시청각 자료들이 곳곳에 있어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2전시실에 들어서자 백제의 성곽이 한눈에 들어왔다. 백제인들의 삶은 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사비성은 백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인 셈.
이곳에서는 사비 도성 주변으로 백제 관련 유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성문 앞에 서니 타임머신을 타고 백제에 와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크기가 실제 인간의 모습과 유사해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1995년 부여 궁남지 목조 집수시설 유적에서 발견된 백제인의 발자국(길이 약 20cm, 너비 10cm 정도)도 눈에 띈다.
백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다음 공간도 백제 복식을 고증해 인물모형으로 상황을 재현해 놓았다.
백제역사문화관을 둘러보면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위에서 내려다 본 사비 도성 전체 모형이다. 지형학적으로 부여에 도읍을 정한 이유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백제역사문화관은 발굴된 유물만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백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자료 수집으로 역사와 문화 그들의 삶과 정치, 예술 등을 재현하고 복원시켜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안지혜 학예연구사는 “유물은 죽어있다. 하지만 유물의 용도에 관한 고도의 전문적 연구 과정을 통해 생활상이 재현된 것”이라며 “백제역사문화관은 유물만을 전시한 것이 아니라 백제에 와있는 듯한 느낌으로 백제문화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해문 학예연구관 “백제인들은 고대동아시아문화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며 “백제인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쉽게 이해하고 갈 수 있는 곳에서 1400년 시간을 뛰어넘는 백제인과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여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