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거점 세종시의 위상을 저하시키지 말라’는 충청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연내에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취임 다음날인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신속한 이전 추진’을 지시한 데 이어 또다시 속도전을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 11개 부처 장관을 인선하면서 신임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부산 북구갑이 지역구인 3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재수 의원을 지명한 것도 다분히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염두에 둔 인사로 분석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 후보자에 대해 “부산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으로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선대위의) 북극항로 개척 추진위원장을 맡았다”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할 최적의 인사”라고 소개했다.
해수부 이전은 이 대통령이 “부산을 해양강국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며 21대 대선 기간 내건 부산·경남권(PK) 공약인데,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는 해수부를 빼내려는 시도가 행정수도 완성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충청권 4개 시·도와 시·도의회가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공약 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히 외면한 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수부 공무원노조조차 ‘행정 비효율’ 문제를 제기하며 부산행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이 역시 무시당하고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 대통령의 독선적인 언행에 묻히고 있다.
여기엔 ‘세종시에서 부처 하나 빼내는 게 뭐 그리 큰일이냐’는 안이한 인식이 깔려 있다.
민선 9기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해수부 부산행’이 충청 민심 이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근자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충청을 희생양으로 PK 민심을 끌어안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 중앙선대위에 참여했던 대전의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어찌 보면 가장 쉬운 공약부터 이행을 하려는 것 같다. 중앙부처의 공간적 이동이야말로 국가권력의 힘으로 단기간에 실행할 수 있는 공약”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 전체로 볼 때 부(負)의 효과는 없는지 충분히 검토해 신중히 추진돼야 마땅하다. 현재 서울의 외교안보 부처와 여성가족부, 과천의 법무부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중앙부처가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다. 특히 경제부처는 전 부처가 세종청사에 있다시피 한다. 해수부만 콕 찍어 부산에 떨어트려 놓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가운영의 효율 측면에서 부작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과도 충돌한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단순한 정부 부처 이전이 아니라, 오랜 국민적 합의로 이뤄진 행정수도 완성의 의지를 송두리째 뒤흔든 경고와 파장의 메시지로 비유된다.
충청권은 오랜 기간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불균형 해소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과 완성에 큰 기대와 희생을 감수해 왔다. 실제로 행정수도 완성 공약은 충청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핵심 이슈로 작용한 지 오래다. 때문에 해수부 부산 이전은 기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우려되는 사업이다. 해수부가 정부세종청사를 떠나면 다른 중앙부처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행정 비효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침묵하던 해수부 노조가 26일 성명을 냈다.
노조는 "서울에서 허허벌판 세종으로 왔을 때도 우린 따랐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세종에 겨우 정착하고 아이들 학교에 익숙해질 무렵, 다시 이사하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받는 계약직과 공무직은 이전조차 어려운데, 이들에게는 정든 직장을 포기하라는 의미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 돌이킬 수 없다면 보완책이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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