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리 주민들, '찾아가는 성과보고회'로 다시 김복진 조명
한국 최초의 근대 조각가를 기리고 조명하는 일에 스스로 나섰던 시골마을 주민들이 이번엔 사업 성과보고서를 들고 유관기관을 직접 찾았다.
정관 김복진 선생의 고향인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팔봉리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청주시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청주시의회 등을 순회 방문하며 ‘찾아가는 성과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행보는 ‘문화소외지역’으로 불려 온 팔봉리가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예술 자산으로 되살리고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자발적 문화운동의 전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고회는 지난 5월 개최된 ‘김복진 조각 페스타’를 기점으로 기획됐다.
김복진은 조각가이자 항일 예술운동가로, 그의 생가가 위치한 팔봉리는 한때 그의 존재조차 잊힌 채 방치된 지역이었다. 이에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생가를 정비하고 전시와 포럼, 퍼포먼스를 연계한 조각축제를 열며 팔봉리를 한국 조각의 발상지로 바꾸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보고회에는 박순양 팔봉리 이장과 주민 김병기, 김태봉, 김규호, 양희문, 오헨리씨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오전 10시 문화제조창에서 청주시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오후에는 청주시의회를 방문해 지난 5월 개최된 ‘팔봉리 김복진 조각 페스타’의 주요 결과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김복진 선생이 누구인지도 몰랐던 우리가 이제는 그 이름을 다시 부르고 있다”며 “팔봉리의 정체성인 김복진의 정신을 마을에 담아내기 위한 주민 자발적 선양작업에 힘을 실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오은진 청주시 문화예술과 팀장은 “팔봉리의 사례는 주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운동의 상징적인 시작”이라며 “공공정책이 주민의 자발성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청주시의회 박완희·김성택·안성현 의원은 “문화예술이 특정 지역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에 팔봉리 같은 사례가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며 “마을이 주체가 되어 예술을 이끌어가는 흐름에 대해 시의회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지원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는 “문화정책의 실현은 제도나 예산 이전에 주민들의 의지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팔봉리의 사례는 향후 주민참여형 문화사업의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현진 기자 artcb@dynews.co.kr

